“충청권 500만 도·시민은 올해를 행정수도 개헌을 통한 행정수도 완성,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실현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결연히 나설 것이다”

지난 25일 세종시청 대강당에 모인 300여명의 충청인들이 행정수도 개헌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행정수도 개헌 염원 범충청권 결의대회’에는 이춘희 세종시장과 고준일 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이재관 대전시장권한대행, 이장섭 충북정무부지사, 윤원철 충남정무부지사 등 충청권 4개 광역 자치단체와 의회 대표들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이상민 국회의원과 행정수도완성 충청권공동대책위 회원 다수도 힘을 모았다. 이 시장은 “여야 정파를 초월한 새로운 국민적 합의가 개헌을 통해 이뤄질 수 있도록 초당적 협력을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개헌, ‘先정부 발의 後국회안 병합’ 전략?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 골든타임이 눈앞에 다가왔다. 길어야 한 달이다. 개헌과 맞물려 있다. 개헌 자체가 무산되면 행정수도도 물 건너간다. 상황은 긴박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국민투표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개헌동력이 힘을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국회는 기존의 개헌특위와 정개특위를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로 통합했다. 자유한국당 김재경 의원을 위원장으로 25명 위원이 6개월 동안 활동할 예정이다. 지난 23일과 24일 열린 회의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특위 운영방식은 물론 1년간 국회 개헌특위에서 논의한 쟁점들을 놓고 의견 접근없는 평행선을 달렸다. 개헌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면서도 국민투표 시기 등에서는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이런 분위기로는 개헌특위에서 기대할 게 없다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행정수도 명문화로 가는 길에 어두운 그림자일 뿐이다. 이제 정부여당의 결단만 남은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국회 개헌합의 시한을 2월 말로 제시하면서 정치권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3월 정부안 제출 의향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의지를 갖고 정부와 함께 협의가 된다면 최대한 넓은 개헌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만약 정부가 발의하게 되면 아마도 국민들이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국회 의결을 받아 낼 수 있는 최소한의 개헌으로 좁힐 필요가 있을 수도 있겠다” 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先정부 발의 後국회안 병합’ 전략이 흘러나오고 있다. 만약 정부발의 개헌이 추진된다면 행정수도 명문화 역시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가시화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행정수도 명문화 확실한가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은 지난 24일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 때 세종시 행정수도 지정도 함께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날 제주도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비전회의’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하고, “수도라고 하든 행정수도라고 부르든 세종시에 가보면 안다”고 덧붙였다.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완성해 서울과 세종으로 나눠진 행정 비효율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딱 부러진 행정수도 명문화 발언은 생략됐다.

행정수도 개헌에 적극적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의원총회에서 행정수도 개헌 대신 법률 위임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달 초 개헌 주요 현안에 대한 당론을 확정하고 개헌안 합의에 나설 방침이다. 여당은 국회의원과 당원, 국민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도 개헌 의원총회와 연찬회를 잇따라 열어 개헌안과 관련한 당론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여야가 개헌안 마련 논의에 속도를 내지만 실제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헌 국민투표 시기부터 입장 차가 너무 크다. 개헌 쟁점에 대해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합의된 부분만 갖고라도 개헌을 추진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국당은 권력구조를 제외한 개헌은 의미가 없다며 시기를 특정하지 말고 논의하자며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수도 명문화는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개헌안이 발의될 경우 국회통과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수도는 법률로서 정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행정수도 명문화를 법률에 위임하자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수도 이전 청와대 국민청원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숨가쁘게 움직였다. 행정수도 완성 세종시민대책위는 지난달 22일 성명을 통해 “지금은 행정수도 개헌을 향한 절체절명의 시기”라며 “여야는 초당적으로 협력해 지방분권과 연계한 행정수도 개헌을 관철시키라”고 촉구했다. 동시 개헌을 반대한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대선약속대로 국회개헌로드맵에 따라 2월까지 개헌안 발의에 협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선 16일과 17일에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행정수도 이전을 요구하는 국민청원도 제출됐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최근 헌법개정시 수도규정의 도입방안을 검토한 연구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연구 보고서는 ‘헌법개정을 통해서 수도와 관련한 국론분열을 종식시키고 지방분권과 행정사무의 효율성, 국회의 견제기능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수도규정을 헌법 개정을 통해서 직접 규정하거나 법률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25일 충청권 결의대회에 참석해 “세종시는 명실상부한 행정중심지로 기능하고 있지만 지방분권과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본래의 목적까지 달성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으로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최정수 시민대책위 상임대표는 “행정수도 명문화에 어떠한 정략적인 판단도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충청권의 이해가 아닌 국가미래를 보고 개헌 국민투표와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고 행정수도 명문화를 이루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경산 기자 magazinesj@naver.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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