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감시 거부와 허술한 선출과정
규정 무시 다반사 '주먹구구식' 진행
‘회의 방청 가능하다’며 기자에게는 퇴장 요구도
시민들, ‘빛좋은 개살구’ 홍보전에 이용 느낌

최근 학교운영위원장 선출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공개 원칙인 회의의 방청을 제한하거나 허술한 선출과정이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외부 방청을 제한한 아름중학교와 11일 무기명 투표 없이 추천과 동의 만으로 위원장을 선출한 새롬중학교  

아름중 학운위, 외부 인사 방청 '공정성 달성 어렵다'며 거부

공개 원칙인 학교운영위원장 선출 현장을 뚜렷한 근거 없이 방청 제한하거나 후보 검증절차를 외면해 ‘짬짜미’ 선출이라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더구나 규정에 명시돼 있음에도 위원 간 의견제시와 동의만으로 절차들이 묵살되고 있다.  

10일 오후 아름중학교 교장실에서 열린 2019년 운영위원회 임시회의 경우 학부모, 교직원, 학생, 외부 인사 방청을 허용한다고 사전 공지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선출과정을 지켜보는 외부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기자의 방청을 거부했다.

이날 임시회는 올해 신임 운영위원 간 첫 공식 모임이자 위원장과 부위원장 선출이 예정됐다. 총 9명 위원 중 서울 출장 중인 상병헌 위원(세종시의원)을 제외한 8명이 참석했다.

이날 위원들은 위원장 선출과정만 지켜보겠다는 기자의 요청을 거부하고 퇴장을 요구했다.

아름중운영위 규정은 ‘운영위 회의는 공개한다. 다만, 교육 또는 교권의 보호 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운영위원회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교육 또는 교권 보호 중 어느 부문에 피해를 주느냐"의 기자의 항의에 아름중 행정실장은 “위원들의 판단이 기자의 방청은 ‘등’에 해당된다고 한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행정실장은 의견 취합 결과를 전하며  "위원장과 부위원장 선출과정을 누군가가 바라봤을 때 더 내실 있고 진솔하게 추천해야 하는 취지나 공정성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른 여타 안건 심의는 공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부 위원들은 “위원장 선출을 취재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 “싫습니다”라고 노골적인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위원회 결정은 오히려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외면한  판단으로 방청인 참관을 원칙으로 한 규정 취지에 정면을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구나 아름중이 세종시 교육청의 학교운영위원회 온라인 투표 시범학교로 지정된 상황에 비추어도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입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3월 아름중과 교육청이 선관위 온라인투표 시스템인 K-voting을 활용, 운영위내 4명의 학부모위원 선출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높인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과는 정반대 상황을 연출한 셈이다. 

일반 학부모들은 마지막 단계로 가장 중요한 결정인 위원장과 부위원장 선출을 외부 감시없이 자신들끼리만의 밀실 담합으로 짬짜미 하려는 의도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학부모는 “선거의 투명성은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공개하는 것이 아닌 모든 과정과 절차를 가감없이 드러낼 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결국 일반 시민들은 ‘빛 좋은 개살구’같은 교육청 홍보전의 들러리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평소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강조해온 소통과 참여, 민주적 학교 모습과는 한참 동떨어진 현장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새롬중, 단독 후보 추천 후 박수로 통과 무기명 투표 생략

 

11일 오전에 열린 새롬중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 선출도 운영위 규정을 어겼다.

새롬중은 8명의 운영위원이 참석해 외부인사 방청을 허용했다. 투표결과 기록상황판과 투표함, 별도 기표소까지 준비했다.  문제는 위원장 선출.

한 위원이 위원장 후보를 추천하자 다른 위원이 동의했다.  이후 참석자들이 이의없다는 의사표시와 박수를 쳤다.  임시 사회를 맡은 교장은 별도의 투표절차 없이 무투표 당선을 선언하고 사회자석을 신임 위원장에게 넘겼다.

이 당시 위원장 후보 추천후 동의를 한 이는 최근 '두 개의 회칙' 논란을 빚고 있는 세종시학부모연합회 2019년 회장 당선인인 고 모씨였다. 고 씨는 학부모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이러한 절차는 '운영위원회는 위원장 및 부위원장 각 1인을 두되 교원위원이 아닌 위원중에서 무기명투표로 선출한다'는 학운위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앞서 10일 아름중은 운영위원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받고도 운영위 규정을 들어 무기명투표를 진행했다.  

일체의 출마의사 표시나 정견 발표 없는 깜깜이 투표도

지난 8일 치러진 고운초 운영위원장 선거도 헛점투성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날 운영위원들은 첫 상견례를 겸한 회의에서 일체의 정견발표나 위원간 추천, 또는 자천 없이 간단한 자기 소개 뒤 얼굴과 이름만 확인하고 바로 무기명 투표 방식으로 위원장을 뽑았다.

첫 번째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타나지 않자 곧바로 2차 투표 진행을 선언한 뒤  다수 득표자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 과정에서도 정견발표나 일체의 지지 의사표시가 금지됐다.  

날 위원장 선출에 앞서 행정실장은 “자기 소개 시 뜻이 있으며 조금 더 ‘어필’해 달라”고 안내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위원들이 위원장직에 출마나 불출마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단 한마디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교장과 학교 운영을 공동 책임질 운영위원장을 선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교육청 관계자들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청 관계자는 “아무리 학교 자율적이라 하더라도 설마 그렇게 뽑기야 하겠냐”며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처럼 각급 학교의 운영위원장 선거가 기본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학부모들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세종시 관내 초·중·고교는 다음주 초까지 운영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오는 25일 운영위원회 연합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전국도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