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죽을까 봐 고개 들라고 했다."
지난 23일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서 선발 등판한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은 3⅔이닝 5실점(2자책)으로 패전을 떠안으며 실망스러운 복귀전을 치렀다.
류현진이 제구가 흔들린 탓도 있지만, 2년 차 내야수 문현빈의 실책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루수로 선발 출전한 문현빈은 2-2로 맞선 4회말 2사 1루에서 신민재의 땅볼 때 포구 실책을 범했다. 이 실책은 눈덩이가 됐고, 류현진은 박해민과 홍창기, 김현수에게 연이어 안타를 맞아 3실점을 했다. 결국 투구 수가 86개에 달한 류현진은 4회도 채우지 못한 채 강판했다.
한화도 LG에 2-8로 졌고, 류현진은 패전 투수가 됐다.
에이스의 12년 만에 복귀전, 게다가 시즌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개막전에서 어이없는 수비 실책으로 팀이 졌기 때문에 내상이 클 수 있다.
그러나 경기 후 류현진과 최원호 한화 감독은 문현빈의 실책을 질책하기보다 그의 기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문현빈이 실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향후 경기에서 제 실력을 펼치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류현진은 등판 다음 날인 24일 취재진과 만나 문현빈의 실책과 관련해 "현빈이가 이닝을 마치고 들어올 때 제대로 막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며 "한 번의 실책이 대량 실점으로 이어져 현빈이의 기가 죽을까 봐 고개를 들라고 했다"고 후배를 다독였다.
최원호 감독도 "2루 수비 평가에서 문현빈, 정은원, 김태연, 안치홍 가운데 문현빈이 가장 낫다. 타격에서도 문현빈이 제일 좋기 때문에 주전 2루수로 낙점했다"며 "특별히 큰 문제가 있지 않은 한 계속 기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빈이처럼 어린 선수는 (개막전에서) 더 긴장하고 초조할 수 있다. 어제 한 경기에서 실수했다고 2루수를 바꾸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 주전을 바꾸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현빈이 개인적으로도 앞으로 포스트시즌 등을 생각할 때 좋은 경험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143경기 남았는데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신뢰를 보였다.
문현빈은 24일 경기에서도 2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믿음에 보답하듯 그는 이 경기에서 실책 없이 결승타 포함 3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고 팀도 8-4로 이기며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문현빈은 경기 후 "개막전에서 실책을 범했지만, 류현진 선배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며 "앞으로 더 좋은 선수가 돼서 류현진 선배와 한화 이글스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