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정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뉴스1
이미정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대전.충남) 이재천 기자 = 의과대학 증원 철회를 요구하는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 가운데, 한 의대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할 수 없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정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난 22일 의료전문매체 '청년의사'에 '사직을 망설이는 L교수의 답장'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는 전날 같은 대학의 정유석 가정의학과 교수가 기고한 '사직을 망설이는 L교수님께'라는 글에 대한 답변이다.

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의견을 교환한 것은 오프라인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이 남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단국대의대 교수 비대위는 지난 20일 총회를 열고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등 정부의 의대정원 방침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총회에서 이미정 교수는 "항암 치료 중인 소아암 환자들 때문에 사직서 제출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석 교수는 이날 총회가 끝난 뒤 기고를 통해 정부의 의대정원에 대한 의료계의 대응을 '의사 파업'으로 보고 의미와 과정 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료는 지난 2월 6일 사망을 선언했고, 2000명 정원을 배분한 3월 20일 관 뚜껑이 닫혔다"며 "흙이 덮이기 전에 마지막으로 스승의 도리를 다하고 싶은데…, 어찌해야 할까요. 이땅의 의사로 교수로 일하는 저와 교수님이 함께 답해야 할 쉽지 않은 물음이네요"라고 글을 맺었다.

이에 대해 이미정 교수는 3가지 이유를 들어 사직서 제출에 반대했다. 환자를 돌봐야 하는 업무를 완료하지 못했고, 사직서 제출이 결국 '쇼'로 끝날 것이라는 점, 전공의와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 교수는 "사직을 하려면 인수인계 과정이 보통 한 달이 주어진다. 올 초에 1년의 업무를 완료하겠다는 묵시적 동의하에 병원, 학교 업무를 시작했고,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내년 2월까지는 업무를 해야 한다"면서 "학생 휴학과 전공의 사직이 천재지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는 "학생과 전공의들도 나름대로 고민해 3월 새로운 업무를 맡기 전에 사직해 나갔다"며 "그들은 의사로서의 도리는 물론 행정적인 업무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나갔다. 만약 사직서를 제출한다면 제가 보던 환자에 대한 기록을 충실히 작성한 후 받아줄 병원과 의사를 확보해 모두 전원 보낸 후에 사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직서 제출은 결국 '쇼'로 끝날 것이라며 사직서의 실효성을 의심했다.

이 교수는 "사직서 제출은 실제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한 달 있다가 병원을 떠나는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병원을 떠날 수 없을 것이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환자가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전공의들이 떠난 병원을 지키면서 필수 의료를 제공하는 의사마저 사직하면 정말로 '의료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쇼를 한다면 떠난 아이들(전공의·학생)이 더 크게 욕을 먹고, 국민들도 다시 눈과 귀를 닫을 것"이라며 "아픈 환자를 버려두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국민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지는 것이다. 게다가 더 나쁜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지게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전공의 미복귀도 사직할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로 제시했다.

그는 "떠나는 전공의, 학생들의 눈빛에서 '제대로 바로 잡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봤다. 감히 그들에게 '돌아와서 같이 이 사태를 바로잡아보자'고 말하지 못한다. 여태까지 그랬듯이 이 사태를 바로 잡지 못할테니까"라며 "그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지금 사직서를 제출할 수 없다. 비록 지치고 힘들지만 의사로서의 역할을 모두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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