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은하 최순희

 

혼미 

 

 

사지를 움직일 수가 없다

전신이 늘어질 대로 늘어진다

정신은 어디 갔는지 찾을 길이 없다

 

허공에 비치는 희미한 물체들

척추의 힘이 다 빠져

뇌세포로 솟구치던 혈액도 멈춘 듯

 

어디를 가고 있는지 통 모른다

다리에 힘이 없어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 전혀 없다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촉도 없다

 

멍하니 허공만 본다

초점 잃은 눈동자 

덥석 주저앉아 묻히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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