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같은 분 없으세요

사랑하는 엄마 엄마, 우리 엄마. 동서 보기 전에는, 아이 낳기 전에는 엄마라고 불렀는데 이제 동서도 들어왔고, 엄마도 내년엔 할머니가 될테니 이제는 '어머니'라고 부르겠다고 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네요. 지금도 여전히 '엄마'라는 말이 자연스레 툭 튀어나올 만큼 엄마같은 우리 어머니. 친정 엄마같은 우리 시어머니. 제 고백을 들어주세요.

큰아들 내외, 결혼 후 난임으로 몇 년간 아이가 없었는데 누구보다 애태우며 기다리신 거, 병원은 다니고 있는 건지, 시험관 시술을 시도는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고 걱정되셨겠지만 며느리 부담 갈까 아무 말씀 없으셨던 거 알아요. 결혼 후 5년 만에 임신 소식 알렸을 때 너무 놀라서 순간 아무 말씀도 못하신 거. 그 동안 당신 아들보다 늦게 시집 장가 간 친구의 자녀들이 아이를 낳아 이미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것에 대한 부러움과 기다림이 드디어 끝나 속으로 눈물 삼키신 거 다 알아요. 아이 출산하니 그렁그렁 눈물 고이신 눈으로 우리 손녀 낳아줘서 고맙다고 손 꼭 잡고 말씀하셨죠. 니들이 둘 일때도 좋았지만 셋이 되니 훨씬 보기에 좋다며 고생 많이 했다고 고맙다고 하셨죠. 어머니 가시고 나서 펑펑 울었어요. 우리가 셋이 될 때까지 묵묵히 오래 기다려 주셔서 감사해요.

어머니, 저희 집에서 일주일 정도 제 산후조리 해주셨을 때 저 사실은 걱정도 되었어요. 아기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데 부지런한 어머니는 새벽 5시면 일어나시니 저는 잠을 더 못 자겠거니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어머니께서 거실과 주방에서 뚝딱뚝딱 안 하시더라고요. 저 잠 깰 까봐 일찍 깨셨어도 방에서 안 나오시고 저 일어날 시간 맞춰 나오셔서 아침 차려주셨죠. 세 네 시간을 방에서 얼마나 심심하셨을까요. 너무 감사해요.

아기 생후 4개월 정도 되었을 때 어머니 아버지께서 손녀 너무 보고 싶어 하신다고해서 제가 어머니댁에 한 열흘 가 있었잖아요. 저 무슨 잔칫집 온 줄 알았어요. 사골고아 놓으시고, 고기 잔뜩, 과일 잔뜩, 떡에 갖가지 간식거리까지. 저 그때 열흘 만에 4키로 살쪄서 왔어요. 아기 업고서 며느리 먹을 부침개 부쳐주시던 어머니 뒷모습. 제가 몰래 찍어놨어요. 그 사진 평생 간직할 거예요. 제 머리 쓰다듬으며 출산 후에 머릿결이 많이 푸석해졌다며 머릿결이 참 좋았는데 하시며 쓰다듬어 주실 때 속으로 많이 놀랐어요. 어머니께서 내 머릿결까지 안쓰러워 하시는구나. 순간 제 자신조차 어머니의 며느리가 아니라 딸인 줄 알았어요. 출산 후 육아에 바빠 제 머릿결이 상하는지 어떤지 저 자신조차 잊고 살고 있었거든요.

편도 3시간 거리, 아기용품 챙겨서 오기 힘들다며 보고 싶어도 오라고 못하시죠. 그런 줄 알고 제가 먼저 마음이 동해서 어머니 아버지 뵈러 가자고 하는 거 아세요? 저희가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어머니 큰아들이 먼저 진주 가자고 한 적은 거의 없어요. 다 제가 먼저 가자고 하죠. 그런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게 해주셔서, 어머니 댁에 가면 어머니와 새벽이 되도록 폭풍 수다 떨고, 어머니 아들 흉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어머니 아들 경상도 남자라 그런지 너무 무뚝뚝하다고 연애할 때는 왜 몰랐는지 모르겠다’고 하니 화들짝 놀라시며 ‘반품은 안 된다’ 고, ‘니가 선택했으니 끝까지 책임지고 데리고 살라’ 하셨죠. 네 제가 끝까지 데리고 살게요. 제가 이전에 다니던 대기업이 텔레비전에 나오고 지금도 다녔으면 억대 연봉자가 되었을거다 말하니 그 좋은 데를 왜 나왔냐 참 아깝다 하시더니 갑자기 아니라고!! 거기 안 나왔으면 우리 아들 못 만났다고, 나오길 잘했다며 진심으로 제가 가족이 된 걸 고맙고 기쁘게 여겨 주시는 분. 우리 가족이 되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 나는 딸이 없어서 딸 같은 며느리가 왔나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고, 난 친구들한테 자랑 많이 한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

애기 엄마들 모여 수다 떨 때 고부 갈등 이야기만 나오면 저를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드는 우리 어머니. 어머니에게 감사한 걸 말로 다 하려면 이 편지는 끝이 없을 거예요. 저는 그냥 어머니의 존재 자체가 감사해요. 어머니가 제 시어머니라는 게 너무 감사하고 뿌듯해요. 저는 큰 복을 받은 며느리입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어머니, 건강하게 오래 오래 저희 곁에 계셔주세요. 진심으로, 온 마음으로 어머니께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 아주 많이요♡

- 쏠쏠미야쏠쏠미(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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