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해 12월 ‘세종맘카페’에서 실시한 <나의 고백을 들어줘>코너에 당선된 글입니다. 편집자 註

옆집 할머니의 친절

세종시 생활 6년차 주부입니다. 이르다면 이른 나이에 결혼했구요. 친정은 대구이고 신랑 직장은 대전입니다. 아이를 두 명 두었습니다. 2012년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일입니다. 출산 후 한 달간 친정에서 지내고 세종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배운 적도, 들어본 적도, 해본 적도 없는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느라 정신없고 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 세종시 주변에 친척이라고는 아무도 없어서 독박으로 아이를 보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신랑은 출장이 잦아 저희는 거의 주말부부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옆집에는 연세 많으신 할머니께서 살고 계셨습니다. 첫 애가 6~8개월 때쯤 유선염이 왔습니다. 가슴도 아프고 체온은 39~40도를 찍었는데 주위에 저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참다못해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옆집 벨을 눌렀습니다. "할머님 저 좀 도와주세요. 가슴이 너무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아이를 한 시간만 아니 잠시만이라도 봐주세요. 위험한 것만 못 만지게요" 할머니는 그 당시 여든 한살이셨습니다. 저의 염치없는 행동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저희 집으로 오셔서 아이를 한 시간 가량 돌봐주셨습니다. 그 덕에 저는 잠시 누워 양배추찜질을 하며 쉴 수 있었고요.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자 숨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어서 저는 고맙다고 인사드렸고 할머니는 댁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후 "딩동~!" 하는 벨소리가 들렸습니다. 인터폰을 보니 옆집 할머니가 서 계셨습니다. 문을 여니 전복죽을 끓였다며 냄비를 건네 주셨습니다. "전복 사서 죽 끓였네. 이거 먹고 힘내렴" 저는 그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그 당시 제 나이 스물 여섯이었는데 저보다 훨씬 나이 많으신 분께 대접을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너무너무 감사했고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라는 말이 절로 실감났습니다. 지금 이글을 쓰다 보니 그때 일이 또다시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나네요. 지금도 옆집에는 지혜롭고 천사의 마음씨를 지니신 아흔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할머니는 첫아이 돌과 둘째 백일 때도 쌈지돈을 주셨습니다. 물론 저희도 음식을 자주 나누어 드리곤 합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 전설의마녀(d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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