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시공 4-1생활권 수루배마을 4단지
라돈 검출 논란 내장재 323세대 욕실 시공 처음 확인
입주예정자측, “철저한 검증과 안전 대책 마련해야”
업체측, “라돈수치 모두 기준치 이하, 현장에서 확인 가능”

포스코건설이 분양 시공한 세종시 4-1생활권 M3블록 수루배마을 4단지. 업체측은 전국적으로 논란을 빚은 라돈 검출 화강석 자재를 323세대에 사용했다고 11일 처음 밝혔다. 

(기사보강)지난해와 올해 초 전국적으로 큰 논란을 빚은 포스코건설 라돈아파트 문제가 세종에서도 불거질 조짐이다.

오는 9월 말 입주를 앞둔 세종시 4-1생활권 M3블록 수루배마을 4단지 입주예정자들은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타 지역 아파트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 검출로 논란을 일으킨 화강석이 일부 세대의 화장실 내장재로 사용됐다”며 철저한 검증과 안전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11일 <매거진세종>에 최근 논란을 빚은 화강석 자재는 ‘비작그레이’라고 밝히고, 수루배마을 4단지 1092세대 중 59형 305세대와 64형 12세대, 77형 6세대 등 모두 323세대의 공용욕실과 부부욕실 젠다이(선반)에 이 자재가 사용됐다고 확인했다. 이는 전체 세대의 29.6%에 달한다.

이 관계자는 회사측이 지난 5일 자체적으로 418동 59A형 1세대와 419동 59A1형 2세대 등 3세대를 선정, 아침과 오전, 오후 등 각각 3차례에 걸쳐 라돈아이로 측정한 '세대 라돈 측정표'를 제시했다. 

측정표에 따르면 아침과 오전의 경우 75~92bq/m3(베크럴), 오후에는 113~140bq/m3을 나타냈다.

특이한 점은 3세대별로 2곳(공용욕실과 부부욕실)을 3번씩 측정한  6사례를 분석한 결과 아침과 오전, 오후 측정 수치는 단 한차례 사례를 제외하고 모두  증가하거나 동일했다. 

419동 59A형 부부욕실의 경우 10시30분~12시50분 사이 측정 수치는 75bq/m3였으나 12시50분~15시10분에는 120bq/m3, 15시10분~17시15분에는 140 bq/m3로 상승했다. 

같은 동의 59A1형의 부부욕실은 같은 시간대 측정 결과 각각 88bq/m3, 135bq/m3, 135bq/m3를 나타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저녁 시간이나 늦은 밤시간대까지 측정 횟수를 늘렸을 경우 이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낳고 있다. 

회사측은 이와 함께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의뢰해 수루배마을 4단지에 시공한 3가지 화강석의 라돈측정 시험성적서를 공개했다.

시험성적서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최근까지 1주일간 측정한 라돈 평균농도는 비작그레이 56.4bq/m3(최대 69.1), 스틸그레이 14.6bq/m3(최대 40.8), 펠라토로얄 15.9bq/m3(최대 36.8)을 각각 기록했다.

자료를 제시한 관계자는 입주민 설명회 개최와 라돈수치 저감을 위한 특수코팅 시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여러 차례의 라돈 측정 결과 모두 기준치 이하로 나온 만큼 입주민 설명회나 코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주택건축 전문가와 입주예정자, 공무원 등 40여명의 ‘공동주택품질검수단’  수루배마을 4단지 현장 점검 시  임시 고객지원센터에는 포스코건설이 라돈 수치 측정을 위해 내장재로 사용한 화강석을 전시했다.

현장 직원은 “평일 근무시간에는 30~40bq/m3수준이나, 아침 출근과 동시에 확인한 수치는 100을 훨씬 넘는다”고 말했다.

이는 2018년 환경부가 권고한 공동주택 기준치인 200bq/m3에 크게 미치지 못하나, 아침 측정 수치가 올해 7월부터 새로 강화된 기준치인 148bq/m3를 웃돌 경우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은 100bq/m3이다.

입주예정자들은 “라돈방출 자재의 경우 환기가 원활한 실외에서는 영향이 없으나 화장실과 침실 등 장시간 밀폐된 공간에 사용됐을 경우 라돈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며 “실생활 환경을 실험조건으로 한 측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돈은 무색, 무취, 무미의 방사성물질로 세계적으로 비흡연 폐암의 제1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호흡을 통해 장기간 체내에 누적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줘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4-1생활권 수루배마을 4단지 아파트 건설 현장 임시 고객지원센터내에 설치된 라돈 측정기와 실내 내장재로 쓰인 비작그레이 화강석

 

■ 라돈 아파트 논란 지역 사례

포스코건설의 라돈아파트 논란은 세종이 처음은 아니다. <시사저널>과 지역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0월에 분양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더샵레이크에듀타운’ 입주를 앞둔 주민들이 직접 라돈 측정기로 56세대를 측정한 결과, 욕실 세면대와 화강석에서 기준치의 4배에서 13배에 달하는 라돈이 검출됐다.

이 당시 주민들이 자재 교체를 요구했으나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측은 2018년 1월 전에 사업계획을 제출하고 분양 한 곳이기 때문에 의무적 라돈 측정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특히, 측정방법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며 주민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후 시행사측이 나서서 세대별로 교체 비용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해결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전주시 송촌동 ‘에코시티 더샵 2차’도 라돈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0월 입주민이 라돈아이를 이용해 라돈을 측정한 결과, 아파트 총 702세대중 45평형 154세대 내 세면대 상판에서 측정 기준치 200bq/m3이 측정됐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업체측은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전주 송촌동 에코시티 자재를 교체하기도 했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법적으로 위배된 부분이 없지만 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자재 교체를 진행한 부분”이라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창원 등 포스코건설이 지은 아파트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계속 검출되면서 ‘라돈아파트’라는 오명까지 받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수년 전 입주까지 마친 서울 강남더샵프레스트에서 기준치 7~10배에 달하는 라돈이 검출됐다며 주민들이 자재 교체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전국적으로 포스코건설 라돈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수루배마을 4단지에 시공된 3가지 화강석 중 라돈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스틸그레이와 펠라토로얄
수루배마을 4단지에 시공된 3가지 화강석 중 라돈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스틸그레이와 펠라토로얄

■ 국회의원들 잇따라 법안 제출

아파트 라돈 검출 논란이 이어지자 정치권에서 관련 법안들을 잇따라 마련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 등은 실내공기질 개선과 일정 기준치 이상의 라돈 방출 자재 사용 제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말 주택건설 시 라돈건축자재 사용을 금지하고, 라돈을 하자보수 대상에 포함해 담보책임기간을 10년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포스코건설 라돈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전국의 공동주택 라돈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신고상담센터(1544-3182)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라돈대책 마련에 나섰다.

■ 입주예정자와 세종시 대책은

11일 오후 수루배마을 4단지 입주예정자대표회의 회원 3명은 정의당 세종시당에서 이혁재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집행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라돈대책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전국적으로 라돈 아파트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며 “포스코건설 외에도 다수 건설사들이 지은 아파트에서 라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는 사례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라돈문제 해결을 위해 실태조사와 함께 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 대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입주예정자들은 “입주예정일을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뜻하지 않은 라돈문제로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며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공기질 개선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한 예정자는 “확실한 검증을 실시하고, 타 지역 분쟁 해결사례를 참조해 예정자 대표회의 차원에서 공동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다음주 중 국회에서 ‘포스코 라돈아파트 소비자보호원 피해구제 및 분쟁 조정 관련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세종시는 아파트 라돈문제에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주택과 관계자는 “수루배마을 4단지는 2016년 12월 사업허가 된 만큼 2018년 1월 기준으로 행정처리를 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올해 7월 환경부의 새 기준이 제시됨에 따라 해당 업체에 새 기준치에 맞는 자재 사용을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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