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중저음 매력과 연주모습이 반해

매주 월요일 점심 시간을 이용해 연습에 몰두하는 세종아마추어첼로앙상블 회원
매주 월요일 점심 시간을 이용해 연습에 몰두하는 세종아마추어첼로앙상블 회원

“첼로의 저음은 정말 매력적이잖아요. 연주 모습도 얼마나 멋져요. 스트레스 해소나 가족친화에는 음악연주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세종아마추어첼로앙상블동호회’ 최고령자이자 자칭 음악 인생 11년차인 박현정(66)씨의 첼로 예찬이 이어졌다. 박 씨는 첼로 외에도 피아노, 바이올린, 클라리넷, 비올라, 플루트 등 여러 악기를 다뤄봤다고 했다. 20년 가까이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느라 뒤늦게 음악을 접했지만 그 매력에는 더 깊이 빠졌다. 아예 음악치료사 1급 자격증까지 따냈다.

“꼭 첼로가 아니어도 어느 누구든 악기 하나 정도는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어야 개인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나아가 한 지역의 예술과 문화도 꽃피울 수 있다고 믿어요. 온 국민이 1인1 악기를 다루는 게 제 소망이에요. 주변 사람들에게 ‘음악 해보라’고 권유를 많이 해서 저보고 ‘악기전도사’라고 해요.”

지난 16일 낮 아름동 해피라움 상가내 한 음악학원에서 ‘세종아마추어첼로앙상블’을 만났다.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밀도 있게 연습한다. 본래 모임명은  ‘세종노빌레성인첼로앙상 블’. 전체 회원 수는 12명. 별도로 2명이 정식 회원 가입을 위해 연습중이다. 30대 초반부터 60대 중반까지 모두 가정주부나 직장 여성이다.

3년 전 학원에서 첼로수업을 받던 몇몇 주부들이 앙상블을 구성해보자며 만든 모임이 현재에 이르렀다. 당시 학원 원장 소개로 대전에서 연주활동 중인 박민선(38)씨를 음악감독 겸 모임 총무로 영입했다. 박 감독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첼로에 인생을 걸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어머니가 클래식을 자주 들려줬는데 어느 날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듣고 난 이후 밤마다 그 연주곡을 들으며 잠을 청했다고 한다. 대전예고와 목원대, 국민대종합예술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아다츠아카데미에서 3년 연주과정도 끝냈다. 2015년과 2016년 이탈리아 밀라노와 피아첸짜에서 초청 연주회를 가졌고, 해마다 대전예술의 전당에서 연주회를 펼쳐왔다.

박민선 단장
박민선 단장

박 감독은 첼로앙상블에는 음악전공자 한 명 없지만 최소 2년에서 10년 이상 꾸준히 기량을 닦아 공개 연주회를 열 정도의 수준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회원들이 어릴 적부터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한 두 개 악기를 미리 다뤄본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 연말 유성구청소년수련관에서 앙상블 첫 연주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나이 들수록 첼로음색 마음에 닿아

“체력도 있어야 해요. 초보자들은 연주 후 5분도 채 안 돼 활을 놓칠 정도로 힘이 많이 들어요. 프로 연주자도 한 번에 두 시간 이상 연습을 부담스럽게 느껴요, 음을 내는 선도 길어 손놀림이 빨라야 하고. 악기 자체가 커서 이동하기도 불편하죠. 하지만 한 번 제대로 익혀 두면 어느 악기도 따라오기 어려운 매력 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요”

감독은 배우기 어렵다는 첼로를 주부들이 좋아하는 이유로 특유의 중저음과 연주모습을 꼽았다. 서정성 짙은 첼로의 낮은 음을 조용히 듣다보면 어수선한 마음이 저절로 안정되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는 것이다. 연주자 특유의 제스처와 풍부한 표정 역시 여성들이 큰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첼로에 관심 갖는 주부들의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고 했다.

악기 연주는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가족간 친화에도 큰 도움을 준다.
악기 연주는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가족간 친화에도 큰 도움을 준다.

김성아(44)씨의 경우 어릴 적부터 취미로 피아노를 배웠다. 결혼 후 임신 때는 태교로 크로마하프를 연주했다. “아들과 딸 모두 바이올린같은 악기 하나씩 배우도록 했어요. 저는 첼로를 새로 익혀 노래 잘하는 남편과 함께 가끔씩 가족음악회를 여는데 주변에서 참 보기 좋다고 해요.”

허인영(38)씨는 독박육아의 스트레스를 첼로연주로 해소한 경우다. 첫 아이 낳고 육아에 시달리다 존재감 상실로 큰 고민을 겪던 중 남편 권유로 장식품처럼 집안 거실에 세워져 있던 첼로를 들고 나섰다. 네 살 배기 아이 손을 잡고 다니면서 배운 첼로연주로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앙상블 회원들은 음악을 연주할 때 가족간 대화도 늘고 친밀감도 깊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자존감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악기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 초심자가 많이 쓰는 새 악기는 60만 원선에 구입할 수 있고 중고는 새 악기의 절반가격이면 충분하다. 무료로 대여해서 쓰기도 한다.

“주부들이 악기를 먼저 연주할 줄 알면 자녀들이 정서적으로 윤택해져요. 주부 우울증도 다 없어지고 아이들 학교폭력도 줄어듭니다. 세종 엄마들부터 음악에 관심 갖고 기회 닿는 대로 어느 악기든지 열심히 배웠으면 좋겠어요.” 음악으로 활력 넘치는 인생을 사는 앙상블 회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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