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세종시는 국내 최초로 '복합커뮤니티센터(이하 복컴)'가 공식 도입된 도시다. 신도시로 이주한 주민들은 용어도 낯선 ‘복컴’을 제일 먼저 찾아야 한다. 주민센터와 보육·노인·문화·체육 관련 시설이 한 울타리 건물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복컴은 왜 세워졌고, 각각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매거진세종>이 이달부터 3회에 걸쳐 특집으로 소개한다.

김경산 기자 magazinesj@naver.com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설계자들은 도시 건설 초기부터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공공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계획했다. 아파트 중심의 주거단지 조성에 따른 주민 소통부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복컴은 행정과 문화, 복지, 체육 등 공공편익시설을 특정 지역과 건물에 밀집시킨 개념이다. 동사무소역할을 하는 주민센터와 보육시설(어린이집), 노인시설, 도서관과 문화의집, 체육관을 한 건물에 담았다. 복컴 주변에 학교와 주거시설을 배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주민 커뮤니티 활성화를 유도했다. 상가들도 복컴 인근에 지었다. 신도시의 복컴이 각 생활권 중심부에 위치한 이유다.

복컴 설계도 공모에 부쳐 각 복컴 건물마다 디자인을 달리하고 지역 특성을 살리도록 유도했다. 기존 도시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신개념 공공서비스 공간이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로부터 주민센터를 너무 크게 짓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세종시에는 2026년까지 32개 복컴이 건립된다. 신도시 동 지역 22개소, 읍면지역 10개소다. 동지역 22개소는 기초생활권(행복도시 최소행정단위로 인구 2만~2만5천명 대상) 16개소와 지역생활권(행복도시 6개 생활권중 중심생활권으로 인구 5만~10만 대상) 6개소다.

지역생활권 복컴은 기초생활권 주요시설에 경찰지구대, 우체국, 119안전센터, 수영장이 추가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신도시내 복컴을 건설하고, 세종시는 읍면지역 복컴을 책임진다. 완공 후에는 세종시로 관리권한이 넘겨진다.

8월 현재 운영 중인 복컴은 모두 7개소. 2012년 첫 선을 보인 한솔동(2-3생)과 아름동(1-2생), 도담동(1-4생), 어진동(1-5 생), 종촌동(1-3생), 고운동A(1-1생). 보람동(3-2생)이다. 공사 중인 복컴은 대평동(3-1생), 고운동B(1-1생), 소담동(3-3생), 새롬동(2-2생) 등 4개소다. 대평동 복컴은 오는 10월 준공 예정이며, 3곳은 내년 상반기 완공한다. 이중 지역생활권 복컴은 한솔동, 아름동, 보람동이다. 나머지 11개 중 3개는 설계 중이며 나머지 8개소는 연차적으로 추진된다.

읍면지역은 2022년까지 3단계로 나눠 연동면·조치원읍(1단계), 부강·금남·전의·전동면(2단계), 장군·연서·소정면(3단계) 순으로 들어선다. 여기에 세종시가 기존 복컴의 기능보강을 위해 건립하는 한솔동 제2복컴이 추가된다. 읍면지역중 가장 먼저 연동면이 9월 착공해 2019년 4월 준공한다. 128억원을 투입해 면사무소와 보건지소, 농업기술상담소, 복합체육시설과 주민자치공간이 들어간다.

1. 한솔동 복합커뮤니티센터

한솔동 복컴. 세종시 첫 복합커뮤니티센터다.
한솔동 복컴. 세종시 첫 복합커뮤니티센터다.

가장 먼저 복컴이 들어선 곳이 한솔동이다. 세종시 첫 입주 지역인 첫마을이 자리한 곳이다. 2012년 1월 준공해 그해 7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복컴 개념이 전국 최초로 도입된 도시설계였던만큼 의욕도 넘쳤다. 학교부지까지 포함해 대지면적만 5만2539㎡에 연면적 5만1946㎡다. 사업비도 1천억원을 넘었다. 설계 당시만 해도 학교시설을 행복청에서 지었다. 2012년 이후 학교 건축은 교육청 소관으로 이전됐다.

센터 건물 외에도 우체국과 경찰지구대, 119안전센터, 어린이집, 수영장도 함께 지었다. 4층 복컴건물 중 1층은 한솔동 주민센터와 보건지소가 자리잡았다. 2층은 회의실과 자원봉사희망터, 주민자치프로그램 강의실이, 3층에는 체력단련실과 대강당, 도서관, 4층은 강의실과 예비군중대본부가 있다. 건물 오른편에는 우체국이 들어섰다.

한솔동 제2복컴 조감도. 수영장과 체육관이 들어선다.
한솔동 제2복컴 조감도. 수영장과 체육관이 들어선다.

세종시는 최근 한솔동 제2복컴을 착공했다. 현재 복컴과 약100m 가량 떨어진 곳에 지하1층, 지상4층 연면적 8280㎡ 규모로 짓는다. 기존 복컴크기의 두 배에 조금 못 미친다. 사업비 247억원을 들여 2019년 4월 완공예정이다. 8레인을 갖춘 수영장과 다목적체육관, 노인회와 주민자치사무실, 청소년 관련시설이 확충된다. 세종시는 기존 복컴이 당초 의도대로 활용 되지 않아 주민들의 불편이 커 기능보강사업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한솔중학교 안에 세워진 수영장은 건립 의도와 달리 처음부터 일반주민 이용이 어려웠다.

복컴 공사 중에 발견된 백제시대 무덤도 뜻하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복컴 뒤편에 조성된 역사 공원은 원래 광장으로 설계됐다. 산을 깎기 위한 굴착기 작업 도중 우연히 백제시대 무덤 유적이 발견됐다.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작업을 중단하고 긴급발굴 작업을 벌였다. 1600년 전 백제시대 횡혈식 석실분과 석곽묘, 주구토광묘 등 14기의 무덤유적이 드러나 문화재위원회가 현지보존결정을 내렸다. 행복청은 이곳을 용도변경해 역사공원으로 조성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이로 인해 각종 시설들이 당초 계획보다 북동쪽으로 약 50m 가량 이동했다고 전했다. 복컴 옥상에는 역사공원 정상으로 바로 이어진 테크가 있다.

역사공원 정상에서 내려다 본 한솔동 첫마을 아파트
역사공원 정상에서 내려다 본 한솔동 첫마을 아파트

한솔동 복컴이 최근 지어진 다른 복컴에 비해 협소하고 공간설계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건설청 관계자는 복컴 건물이 이명박 정부 당시 에너지 효율화 시범 건물로 지정되면서 예산 운영이 어려웠다고 확인했다. 창문을 작게 하고 에너지 보존을 위해 단열재를 처음 설계보다 대폭 보강했으나 예산 증액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마감 인테리어와 공간 배치가 미흡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한솔동 주민 수는 7월 현재 1만2737세대, 3만 6261명이다. 신도시 내 첫 입주민들이란 자부심이 크다. 신도시 건설 현장을 지켜봤고 편의시설도 절대 부족한 상황을 함께 견뎌냈다는 동질감도 강하다. 김미숙 한솔동장은 주민 대다수가 2011년 말과 2012년 초 첫마을 입주와 함께 이사해 오신 분들이라 고생도 많았다고 한다. “사방은 온통 건물 공사장뿐이었죠. 그동안 세종시 건설 과정을 다 지켜본 분들이에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펼치는 공동체 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수 십개의 크고 작은 모임들이 운영된다. 봄 가을철에는 한 달에 두 번씩 벼룩시장도 열린다. 올 하반기에 진행하는 주민자치 프로그램도 경쟁이 치열했다. 36개 강좌 48개 반에 1131명이 몰렸다. 10월에는 전 주민이 참여하는 ‘한솔동 문화나눔축제’도 열린다.

2. 어진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어진동 복컴 전경
어진동 복컴 전경
어진동 복컴은 계단 하나를 사이에 두고 뒷편의 초려역사공원과 이어져 있다.
어진동 복컴은 계단 하나를 사이에 두고 뒷편의 초려역사공원과 이어져 있다.

어진동복컴은 1-5생활권에 위치해 있다. 현재 새만금개발청이 입주한 건물이다. 지하1층 지상 3층으로 2013년 준공했으나 주민센터는 문을 열지 않았다. 어린이집과 체육관만 운영한다. 나머지 공간은 새만금개발청과 세종시문화재단, 세종시교통공사, 고려대 행정대학원이 차지했다. 행복청은 당초 1생활권 입주 시기보다 앞서 어진동복컴을 완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0년 초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면서 이곳에 아파트 건설을 계획했던 대형건설사들이 잇따라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아파트 건설은 지연됐지만 복컴은 예정대로 완공했다. 서로 엇박자가 난 셈이다. 인근에 공사 중인 주상복합건물 등에 입주가 시작된 이후 복컴이 정상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빨라야 3년, 더 늦을 수도 있다. 1생활권 주민 민원은 도담동 주민센터에서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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