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연합회, 사태 해결 ’못하나, 안하나‘ 의구심 증폭
학부모연합회, 사태 해결 ’못하나, 안하나‘ 의구심 증폭
  • 김경산 기자
  • 승인 2019.04.22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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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희 시의원, 사태 촉발 원인 제공 후 공개 시인이나 수습 노력 안해
회원들, “책임자들 왜 적극 안 나서나” 공분 높아져
‘임시총회-회칙개정-재선거’ 순리대로 풀어야
지난 달 연합회장 선거 당사자들 해결 실마리 쥐고 있어
교육청, “현 상황에서 대화 상대로 인정하기 어려워”
2017년 제정한 것으로 알려진 세종시학부모연합회 회칙. 이 회칙에 따르면 고씨와 경합을 벌였던 길모씨 회장입후보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7년 제정한 것으로 알려진 세종시학부모연합회 회칙.  제7조에 '회장은 총회에서 선출하고, 학부모연합회에서 1회 이상 임원활동을 한 자를 권장한다'고 명시했다.

(특별취재) ‘두 개의 회칙’과 ‘회장 선거 무효’논란을 빚고 있는 세종시학부모연합회 사태에 일선 학교 학부모회장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진상 규명과 사태 수습에 나서질 않는 전·현직 임원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일부 학부모회장들이 본격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조짐도 보인다. 사태 해결을 ‘못하는 것인지, 안하는 것인지’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칠다. 지난 3일 첫 보도 이후 20일 간의 취재를 바탕으로 사태를 불러 일으킨 책임자들의 현재 모습을 살펴보고 해결방안과 문제점을 제시해 본다.

사태 해결 책임자들의 현재 상황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자들까지 모두 드러난 상태.

‘두 개의 회칙’ 제정에 직접 관여하고 언론에도 회칙을 전달한 세종시의회 박용희 시의원은 회칙 2개가 있다는 사실과 2017년 총회 회의록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대신 어느 회칙이 정기총회 통과 회칙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봐야 한다’며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회원들이 밴드에서 인정한 회칙이 공식 회칙”, “어느 게 총회에서 다뤄졌는지 모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밴드 상에서 회원들이 인식해 온 회칙을 공식 회칙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펴다 시의원 자격에 맞지 않는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자 곧바로 수정하기도 했다. 의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고 상임위만 통과한 조례를 정식으로 인정하고 공표해 달라는 주장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016년 연합회 감사이자 2017년 회장을 지낸 윤 모씨는 가족과 미국에 머물며 내년 초 귀국 예정이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칙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2017년 당시 총회자료집 제작을 담당했던 최 모씨는 <매거진세종>보도 이후 기자 연락과 문자에 일체 대응하지 않고 인터뷰 요청도 거절했다. 그는 2018년 연임이 예상됐던 윤 씨를 1표 차이로 꺾고 연합회장직을 맡았으나 그해 8월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후임자가 “인수할 게 하나도 없다”고 할 정도로 활동이 미비했다. 사실상 불신임을 받았다는 평가다. 올해 고운초 학부모회장 재선거와 ‘학부모회 규약 바꿔치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지난 8일 고운초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지난달 26일 길 모씨와 연합회장 경합을 벌였던 고 모씨도 회원들의 입길에 오르내린다. 28표 대 14표로 크게 지고도 길 씨의 후보 자격박탈선언으로 당선인 신분이 됐던 고 씨는 사태 해결보다 현 지위 고수를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인다. 임원회의(?)를 여는가 하면 올해 새롬중 운영위원을 맡아 학부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회원들은 ‘사태를 수습하거나 사퇴(?)해야 할 사람이 자리를 사수하려고 한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두 개의 회칙 어느 것을 적용하더라도 고 씨를 당선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교육청은 일단 현재의 학부모연합회를 공식 대화 창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교진 교육감은 지난 9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학부모연합회가 임의단체이기 때문에 인정한다, 안 한다는 입장을 낼 수 없지만 학부모단체로서 내부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몇몇 학부모회장들은 “특정 개인이 모른 척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풀어질 일도 아닌데 왜들 나몰라라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아이들 보기 창피하고 어디 가서 학부모회장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일”이라며 개탄했다.

세종시학부모연합회 한 회원은 지난 4일 저녁 '2017년 연합회 정기총회때 사용했던 자료집'이라며 모두12쪽의 문건을 <매거진세종>에 제보했다. 
세종시학부모연합회가 지난 2017년 연합회 정기총회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자료집.  모두 12쪽으로 뒤편에 '정본 회칙'이 첨부돼 있다. 이 회칙으로 보면 지난달 치러진 연합회장 선거에서 28:14표로 이긴 길 모씨의 회장당선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사태 해결 못하나? 안하나?

사태 촉발의 원인 제공자인 박용희 시의원의 경우 본인 실수와 책임소재에 쏠리는 시선이 가장 큰 부담이다. 섣불리 나섰다가 모든 혼란 책임이 자신에게 몰릴 경우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초 박 의원은 회칙 핵심규정에서 일부 임원들과 뜻이 달랐다. 가장 큰 논란을 빚은 연합회장 자격의 경우 박 의원은 ‘학부모연합회에서 1회 이상 임원 활동을 한 자로 한다’는 초안 규정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임원 논의과정에서 회장 자격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어 ‘1회 이상 임원 활동을 한 자를 권장한다’로 바뀌었다는 게 당시 임원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박 의원은 “연합회란 큰 조직을 원만히 운영하고 지역 분위기도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이상 연합회 임원 경력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에 임원들은 “지나치게 자격을 제한해서 능력 있는 새로운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할 수 있고, 각급 학교 학부모회장 일을 맡을 정도면 리더십면에서도 연합회장직을 수행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뒤 취재에 응한 전·현직 연합회 임원들은 2018년 회장직을 중도 사퇴한 최 씨의 예를 들면서 “임원을 아무리 오래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중요하지 자리가 중요하냐”며 박 의원의 임원 자격 제한 논리를 거듭 반박했다.

현재 세종시학부모연합회 회원은 초·중·고교 학부모회장 91명이며, 임원진은 회장과 감사 2인, 사무국장, 각 단계별(초·중·고교) 회장과 부회장 등 모두 10~15명 내외로 구성한다.

회장 자격 무효 시비에 놓인 고 씨의 경우 이번에 물러서면 연합회 내에 자신이 다시 들어설 입지가 거의 없다는 게 주변의 예상이다. 사실 이번 사태 전개 과정에서 고 씨가 문제를 인식하고 재빨리 주도적으로 수습책 마련에 착수했다면 그에게 올해 또는 다음 번에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여러 번 타이밍을 놓쳤다. 오히려 버티기에 들어간 행보를 보이면서 회원들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위 ‘정본 회칙’을 적용할 경우 길 씨의 회장 출마자격과 당선에는 아무 문제 없다. 길 씨는 현재 혁신학교가 아닌 일반 중학교 학부모회장직을 맡고 있다. 입후보 자격 역시 ‘연합회에서 1회 이상 임원활동을 한 자를 권장한다’로 규정돼 있다.

‘밴드 회칙’을 적용해도 의결정족수 규정에서 고 씨에게 불리하다. 선출 기준인 ‘출석회원의 과반수 이상’에 이르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양측이 모두 얻은 표는 42표. 길 씨가 설혹 ‘밴드 회칙’상 자격 제한에 걸린다 해도 고 씨는 22표 이상을 얻어야 했다. 고 씨는 한참 모자란 14표를 얻는데 그쳤다. 공직선거법 제188조 규정을 적용한다면 ‘당선인이 없는 것으로 한다’에 해당된다. 공직선거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해도 예전의 사례와 유사 선거사례를 참고하는 게 상식이다. 이럴 경우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일부에서는 고 씨측의 버티기 배후에 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후원자 역할론도 거론되지만 본인 스스로 회장직에 강한 의욕을 보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면서 시간벌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선 학부모회장들이 일정 수 이상으로 반발할 경우 상황이 빠르게 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와는 조금 다른 시각도 있다. 최근 취재에 응한 회원 중에는 “연합회내에 특정 인맥 중심으로 계속 영향력을 지키려는 의도도 없지 않아 보인다”며 “신설 학교가 계속 늘어나면서 자신들과 인연이 없는 새로운 사람들이 연합회운영을 좌지우지하는데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회장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려는 시도가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과거 연기군 시절에는 주로 조치원내 학교 중심으로 연합회장을 이어받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신도시 이주 초창기 맴버들이 학부모연합회와 학교운영위의 중심 세력으로 부상했다. 2~3년 사이에 급부상한 뉴페이스들도 적지 않다. 속사정을 파고 들면 주도세력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반발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일종의 정치적 기반 다지기와 표관리 차원에서 연합회 임원활동이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학교운영위원장이나 학부모회장 등 학부모들과 자주 만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정치권의 러브콜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일부 위원장이나 회장들은 정치권 진입 발판으로 학부모단체 활동 경력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고 귀뜸했다. 이 때문에 만약 정치적인 뜻이 있다면 누구든 쉽게 그 자리에서 물러나기 어려울 거란 예상도 있다.

고 씨 측은 지난달 선거에서 ‘참교육학부모회 세종지부’(참학) 소속 회원들이 길 씨를 조직적으로 밀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대결시 참학 소속 회원들이 단결할 경우 재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수태 수습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참학 관계자는 “우리는 학부모단체가 아닌 시민단체”라면서 “회원 일부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동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단체가 조직적으로 학부모연합회 선거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연한 오해가 있을까 봐 연합회 사태에 대해 성명이나 논평조차 내놓지 않고 있어 회원들로부터 오히려 비판을 듣고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최근 교육 3주체 중 한 기둥인 학부모 관련단체의 무책임한 행태에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최교진 시교육감의 대응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세종시교육청)
세종시교육청은 학부모연합회 내부문제에 관여할 입장이 아니라고 했다. 현재까지 공식적인 대화창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진=세종시교육청)

해결책과 걸림돌은 무엇인가?

연합회내부에서는 문제점과 해결책은 이미 다 나왔다고 본다. 다만 당사자들이 해결 의지만 있으면 되는데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기득권을 내놓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해결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두 개의 회칙’ 중 어느 회칙이 정식 회칙이냐를 가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문제는 ‘정본 회칙’이든 ‘밴드 회칙’이든 모두 불완전하다. 두 개의 회칙을 절충한 제3안이 나와야 한다.

임원 자격, 의결정족수, 고문(단) 구성 등 크게 3~4개 규정에 대해 회원 합의가 필요하다. 선거관리 규정도 지금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이럴 경우 지난달 구성된 집행부(?) 거취가 걸림돌일 수 있다. 대화로 해결이 안될 경우 길 씨측이 자격무효확인소송같은 법적 해결을 시도할 수 있다.

회원들이 임시회 소집을 요구해 고 씨의 자격무효를 공론화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 회칙 논란 책임자들의 사과와 임원 사퇴를 요구할 수도 있다. 당사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가능성은 낮지만 최악의 경우 연합회 분열도 점쳐진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끝까지 버틸경우 새로운 단체 구성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그때는 정말 최악이다.

다수 회원들은 ‘임시회 소집 → 비대위 또는 임시 집행부 구성 → 회칙 제정 → 재선거’ 절차가 사태 해결 순리라고 말한다. 당연히 고 씨는 회장 자격이 없다는 전제다. 이 과정에서 길 씨의 입장이 주요 변수다. 길 씨가 자신이 ‘정본 회칙’에 의거해 회장이라는 주장을 내세운다면 사실 마땅히 반박할 여지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고 씨 입장에서는 결국 이렇게 될 결론을 놓고 연합회 갈등만 부각시켰다는 비난을 한 몸에 받게 된다.

‘밴드 회칙’을 적용한다면 당선자가 없는 것으로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지만 ‘밴드 회칙’을 공식 회칙이라고 볼 근거가 희박하기 때문에 매듭 풀기가 만만치 않다. 이에 더해 두 개의 회칙을 한 번이라도 읽어보면 개정 필요성을 느낄 수 있어 길 씨가 회장이 돼도 곧바로 회칙 개정에 나서야 한다.

이 대목에서 길 씨가 결단하면 사태 해결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된다. ‘임시회 소집과 새로운 회칙 제정, 재선거’ 수습안을 제시하고 다수 회원들이 이에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자신의 회장 당선 자격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하면 가능하다. 이후 재신임 형식을 빌어 출마한다면 오히려 한층 새로운 연합회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다시 나서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사태 수습 후에 판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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