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학교운영위원장 선출 방식
무책임한 학부모연합회 전·현직 회장들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학부모회 등 총체적 부실
최교진 교육감 교육 3주체 화합과 소통 공염불 우려

최근 교육 3주체 중 한 기둥인 학부모 관련단체의 무책임한 행태에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최교진 시교육감의 대응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세종시교육청)
최근 교육 3주체 중 한 기둥인 학부모 관련단체의 무책임한 행태에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최교진 시교육감의 대응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세종시교육청)

 

김경산 선임기자 겸 편집장

 

허술한 운영위원장 선출 방식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 선출과정은 허술했다. 물론 규정은 있다. 위원장은 위원들이 무기명투표로 선출한다. 학부모나 외부 인사에게 모두 공개한다.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름다운 전통이라며 후보자 정견발표나 추천 절차조차 없는 학교운영위도 있다. 첫 번째 공식 상견례 때 진행을 맡은 행정실장은 “뜻이 있으신 분은 자기 소개 때 조금 더 ’어필‘해 달라”고 안내한 게 고작이다. 뜻이 있는 사람은 회의장 입장 전에 표 계산을 끝냈을 것이다.

어느 위원회는 추천 발언과 박수로 위원장을 뽑았다. 사전에 준비한 투표용지, 투표함, 기표소 다 무용지물이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고 아무 문제 없는 듯 보였다. 외부 인사 방청은 가능한데 ‘기자’방청은 불편하니 회의실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한 위원회도 있다. 선거의 투명성이나 민주적 절차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올해 세종시 학교운영위원회위원장 선출방식은 중구난방에 주먹구구식이다. 규정은 깡그리 무시됐다. 당사자들조차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하지 못한 듯 보였다. 적어도 기자가 직접 다녀본 현장은 모두 그렇다.

무책임한 학부모연합회 전·현직 회장들

각급 학교 학부모회장 모임인 ‘세종시학부모연합회‘는 더 가관이다. ’두 개의 회칙‘이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 10일 지났는데도 전·현직회장들은 ‘나몰라라’ 식이다. 공개적인 사과나 사태 수습을 위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당초 두 개의 회칙을 작성하고 전달한 2016년 회장이자 현직 세종시의원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진상규명에는 손 놓고 있다. 후임인 2017년 회장은 가족과 외국에 머물며 내년초 귀국예정이고, 언론과 연락을 끊었던 2018년 회장은 며칠 전 초등학교 운영위원장에 당당히 선출됐다.

당선 무효 시비에 휘말린 2019년도 회장 역시 언론에는 무대응하면서 학교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연합회 위상이 기본부터 흔들리는데도 앞서서 이를 바로 잡기는커녕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새로운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사태 수습 의지도, 능력도 없는 전·현직 회장과 임원들을 대신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일은 연합회 회원인 각급 학교 학부모회장과 학부모 몫이다.

기본 외면한 학부모회

고운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학부모회 규약 위반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학부모 대표자를 뽑는 총회소집 공고 기간 5일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공고낸지 2일 만인 28일에 총회를 열었다. 그에 앞서 20일 열린 총회에서 대표 선출과정에 오류가 있다는 이의를 받아들여 회의를 다시 열면서 이번에는 공고 기간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느닷없는 총회 개최 예고때문에 촉박한 일정을 맞추지 못한 학부모들이 상당수 불참해 60여 명만 겨우 모였다고 한다. 심지어 첫 번째 총회에서 회장직을 놓고 경합을 벌인 한 학부모는 사전에 잡은 가족여행 일정 때문에 참석을 포기했다. 공고 기일을 위반한 총회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학부모들의 지적에 학교와 교육청은 학부모회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계속 지적하는 학부모들에게 다른 학부모들은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 좀 참고 가자며 ‘가만있으라’고 한단다. ‘가만 있으라’는 세월호 얘기 아닌가.

최 교육감과 세종시 교육계의 세월호 선장들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사고 발생 후 선장과 선원들이 학생 구조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 직분을 철저히 외면한 결과다. 법적, 도덕적 무책임의 총합이다. 너나 할 것 없이 기본을 무시한 안이한 태도들이 모여 거대한 부실, 돌이킬 수 없는 처참한 비극을 만들어 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평소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라는 소위 교육 3주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학부모회, 학부모연합회, 학교운영위원회는 3주체 중 하나인 학부모를 대표하는 큰 기둥들이다.

지금 이 주체들이 뿌리부터 흔들거리고 있다. 다수의 무관심과 방관, 책임있는 자의 묵인과 외면이 그려낸 세종시 교육계의 자화상이다. 세월호 선장 같이 무책임한  이들이 교육계 주변에 너무 많다는 들끓는 여론을 지금 최 교육감은 듣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듣게 될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촛불 들고 싶다는 부모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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