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연합회 사태 중심 인물 초등운영위원장 맡아
연합회 위상 위태로운데 책임있는 모습 안 보여
(기자수첩=김경산 선임기자 겸 편집장)
“수락하지 않겠습니다”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된 지 1주일 만에 들은 첫 대답치곤 뜻밖이었다.
회의실에 있던 10여 명의 운영위원과 그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교장 선생님도 귀에 담았을 테니 다른 곳에서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인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는 8일 오후 세종시 고운동 한 초등학교 운영위원장에 선출됐다. 학교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위 ‘힘 있는’ 자리다.
회의를 지켜보는 기자가 참석자들에는 좀 불편했을 수도 있다. 왜 기자가 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영문도 몰랐을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학교 운영위가 어떻게 구성되고 회의 진행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기는 했다. 운영위는 학부모나 교직원, 외부 인사 방청이 가능해 미리 오전에 신청해 두었다.
10여건이 넘은 안건 심의에 꽤 긴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위원장으로서 회의 진행도 매끄럽게 이끌었다. 기자는 중간에 자리를 떠날 생각으로 발언 기회를 얻어 축하 인사와 함께 위원장 인터뷰를 정중히 요청했다. 돌아온 답변은 앞서 옮긴 발언 그대로다.
논란의 중심에 선 최 모 전 세종시학부모연합회장, 올해 초등학교 운영위원장 맡아
기자는 지난 1주일간 신임 최 운영위원장과의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1주일 전 첫 통화 때도 “인터뷰에 응할 수 없습니다” 딱 한 마디 했다. 그리고 전화나 문자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
최 씨는 2018년 세종시학부모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두 개의 회칙’ 논란으로 올해 회장 선거 무효 위기에 놓인 학부모연합회 사태 해결에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쥔 인물이다.
그는 회칙제정이 있었던 2017년 4월25일 정기총회 당시 임원으로 총회 자료집 제작을 담당했다. 연합회장이던 현 박용희 세종시의원으로부터 6일 전인 4월19일 자료집제작에 사용할 사업성과 보고와 회칙을 파일로 받았다.
현재 최씨가 받았다는 그 파일의 존재 유무과 자료집 내용, 제작형태가 ‘진짜 회칙’을 가려줄 핵심 내용이다. 총회 한 달 앞서 3월27일 그가 박 의원으로부터 넘겨 받아 회원공유밴드에 올렸던 소위 ‘밴드 회칙’이 어떻게 2018년도까지 와서 올해 회장선거에 영향을 미쳤는지 증언해 줄 당사자다.
최 씨는 지난해 4월 연합회장 선거에서 현장 추천을 받아 윤 모 회장과 경합을 벌여 1표 차이로 새 회장에 당선된 인물이다. 그런 의지를 가진 최 씨의 이후 행적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그는 지난해 8월 일신상의 사유로 연합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형식은 자진사퇴지만 사실상 임원 불신임을 받은 거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후임 임원단이 ‘인수할 게 하나도 없다’고 할 정도로 활동이나 남겨놓은 자료가 미미했다. 회장직을 사퇴하면서 회장권한을 사무국장에게 위임한다는 문건까지 써줬다. 회칙에도 없는 월권이다. 최근에는 이 학교 학부모회 재선거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1주일 내내 기자의 거듭된 취재와 답변 요청에 모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연합회 위상은 위태롭고 올해 회장 선거마저 무효 위기에 놓였는데도 묵묵부답이다. 전임 회장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마저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논란을 취재해 지난 주말까지 4편의 기사를 연속해서 썼다. 5일 뒤 예상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언제까지 쓸 거냐’, ‘우리가 해결할 수 있도록 잠시 지켜보면 안되겠냐‘ 여러 요청이 직간접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회 회원은 각급 학교 학부모회장이다. 회원들이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 봉사한 이력도 역사도 결코 과소 평가할 수 없다. 오직 아이들과 학교를 위해 헌신한 대다수 학부모들의 이야기도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교장 선생님은 현관까지 나와 기자를 배웅하면서 아이들을 생각해 달라고 했다. 학교 명예도 언급한 것 같다. 그렇다. 우리 아이들이 무책임한 어른들로부터 배우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번 주말은 세월호 참사 5주기가 아닌가.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 걱정 어린 그분들께 정중히 그대로 돌려 드린다.
“수락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