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문화향유와 지역문화인 육성 지원
진정성으로 스타 강사 섭외
"편가르기와 배타성은 문화가 가지 말아야 할 길"

[인터뷰] 인병택 세종시문화재단 대표

인병택 세종시문화재단 대표
인병택 세종시문화재단 대표

세종시문화재단 출범 이후 6개월이 흘렀다. 세종시를 ‘문화수도’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진 인병택(60) 대표의 행보가 거침없다. 잇따른 유명 문화공연과 스타강사 강연 유치로 재단을 바라보는 시민들 시선이 달라졌다.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하죠. 사실 지금도 과도기적인 상황입니다. 인터넷 예약시스템도 미비하고 공연시설도 충분하지 않지만 공연섭외에 응해 주시는 분들이 세종시 가치를 높게 평가해 주시는 것 같아요. 대통령 선거 이후 세종시 위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거라는 시민들의 기대감도 크죠.”

‘진정성’으로 스타강사 섭외

4월 초 화제를 모았던 스타강사 설민석 씨 강연 섭외 뒷얘기도 흥미로웠다. 2년 치 강연 일정이 잡혀 있던 설 강사를 움직인 것은 다름 아닌 ‘진정성’이었다. “설 씨가 세종대왕 얘기를 많이 했잖아요. 그래서 간곡히 말했죠. ‘여기는 세종시다. 세종대왕의 뜻이 펼쳐진 곳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나 기관과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며 설들했습니다” 특혜 제공 논란을 빚었던 당시 강연초대권에 대해서도 ‘소통과 이해 부족’이라며 앞으로 관람문화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문화재단 출범한 지 6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세종시와 지역 문화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2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11월 문화재단이 출범했습니다. 시민 기대가 큰 만큼 부담이 없을 수 없죠. 나름 노력한 만큼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대통령 선거 이후 세종시 위상이 날로 높아질 것입니다. 남들은 세종시를 ‘행정수도’라고 하지만 저는 여기에 ‘문화수도’개념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드웨어적인 건설 못지않게 세종시민들께서 문화적으로 높은 수준의 공연과 체험을 일상에서 즐길 수 있어야 수도 기능이 완성된다고 봅니다”

'세종시문화재단' 일곱 글자 초성으로 만든 로고

 

- 세종시문화재단 브랜드가 ‘여민락’입니다.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지난해 3월부터 세종시문화재단 설립추진위원장을 맡았습니다. BI(Brand Identity)를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할 때 제가 발제를 했습니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협치의 의미가 있고, ‘국민과 함께 어울린다’는 뜻이 담긴 ‘여민락(與民樂)’을 제안했죠. 세종시 명칭과도 부합된다고 말씀드렸는데 많은 분들이 좋다고 동의해 주셨습니다. CI(Corporate Identity)도 ‘세종 시문화재단’ 일곱 글자 초성을 따서 만들었습니다.”

- 재단이 출범하자마자 유명 공연을 잇따라 유치하고 있습니다.

“1월에 백건우 피아노리사이틀을 시작으로 국립국악관현악단 공연, 어린이 뮤지컬, 금난새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 여민락아카데미개설기념 특별강연, 국립발레단 공연 등 매월 1회 이상 시민들께 제공해 드렸습니다. 6월 장욱진 화백 탄생 100주년 북콘서트를 비롯해 가곡의 밤,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이 연말까지 계속 진행될 예정입니다.”

“지역문화예술진흥과 시민들의 품격 있는 문화향유권 신장 힘쓸 터

 세종시 문화 수준 전국 최고로 업그레이드하는데 최선”

- 최근 서울 예술의 전당과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예술의 전당은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메카입니다. 공연, 전시, 아카데미, 문화예술 전 분야에 걸쳐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그걸 벤치마킹하고 프로그램도 같이 들여오자는 취지입니다. 예술의 전당 공연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시스템(SAC on Screen)도 도입했습니다. 서울을 가지 않고 현장감은 좀 떨어져도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거죠. 추가 협약은 꼭 필요 한 부분에서만 신중하게 할 생각입니다. 사실 제일 먼저 업무 협약을 맺은 곳은 세종시 교육청입니다. 예술의 전당은 두 번째고요. 문화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베이스로 있어야 합니다. 예술강사 지원이라든지 또 예산 일부도 교육청에서 집행되기 때문에 느슨한 협력으로는 안되겠다 싶어 교육감님께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자는 취지로 요청 드렸죠”

- 4월 설민석 강사 강연회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강사 섭외가 어렵다고 들었습니다만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행사 예고가 나간 다음 정말 전국 곳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떻게 섭외했냐고. 제가 설 강사 부친인 설송웅 전의원을 개인적으로 좀 친분이 있습니다. 올초에 설 강사 강연을 부탁드렸는데 며칠 만에 ‘아들이 애비말도 안 듣는다’ 며 미안하다고 전화 주시더라구요. 2년 치 강연 일정이 다 잡혀 있대요. 방송사 PD와 소속사 대표까지 모든 연줄은 다 동원했는데도 안된다는 대답만 와요. 여하튼 제가 그랬죠. ‘여기는 세종시다. 세종대왕의 뜻이 펼쳐진 곳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나 기관과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더니 생각 좀 해보고 연락 주겠다고 해요. 진정성 있게 대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금난새 선생님도 비슷한 생각이신데, 세종시의 미래를 보고 우선 순위를 두시더라구요”

- 그런데 당시 인터넷 발매 수 분만에 매진된 600여 좌석이 일부 시 관계자들에게 특혜 제공됐다는 언론비판이 있었지요?

“소통과 이해 부족이죠. 그런 부분은 아쉽게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좌석을 배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시 고위층이 부부 동반으로 자리를 차지했다고 언론비판을 받았는데 사실 모든 문화 공연에는 일정비율 초대권이 나가요. 문화 향유 기회가 적은 소외계층 배려도 있고 공연 지원이나 후원해 주신 분, 관계자들에게 예의상 초대합니다.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 문화공연, 전시, 행사 다 비슷하죠. 그런 관람문화에 대한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지적해 주신 점에 대해서는 저희도 성찰하고 있습니다. 초대를 줄이고 일반시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드리려고 합니다”

- 무료로만 공연하려고 하느냐 유료화해서 제대로 하라는 요구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쉽지 않아요. 관람료 책정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 하는 문제도 그렇고, 예약관람문화도 지금보다 더 성숙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현재 공연장 수준이 돈 받고 관람하시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해요. 좌석이나 무대시설, 음향설비 다 미흡하죠. 전산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아요. 먼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자주 기회를 드리는 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요소를 고려해서 1년 정도 시뮬레이션을 거친 뒤 검토할 예정입니다”

인병택 대표와 문화재단직원들이 공연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지역문화인재 육성에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전적으로 옳은 지적입니다. 세종시 안에서 문화콘텐츠가 많이 생산되고 또 시민들이나 국내외로 많이 알려지기 위해서는 역시 사람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합니다. 그런 부분을 적극 추진할 생각입니다. 올해는 재단 출범 초기 상황에서 뚜렷한 진전은 없지만 저희가 의지를 갖고 국비와 시비를 확보해 신진 예술가를 육성하는 체계를 잡아 나가겠습니다. 창작 센터나 영상센터 건립은 문화체육관광부나 방송통신위원회와 긴밀히 협의해야 합니다. 그에 앞서 시비를 종자돈 삼아 지역예술인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문화계 블랙리스트 여파로 문화예술인들이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문화예술의 독립성과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표님의 생각은 무엇인지요?

“편가르기와 배타성은 문화가 가지 말아야 할 길입니다. 어떤 선악의 문제라도 문화로 포용해야 합니다. 블랙리스트처럼 문화예술단체와 예술인을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정부 예산지원 여부를 결정하거나 차등을 두는 선진국은 없습니다. 유네스코가 2015년 이후의 유엔개발의제를 다루면서 ‘문화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동력이자 조력자’라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여기에 지속성, 포용성, 형평성, 다양성의 네 가지 키워드를 강조합니다. 다양한 문화가 국민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지름길이라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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