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사)세종시상공인협회장 인터뷰
지난 4월 법인 인가, 회원 1천 여명
간담회와 정책 토론회 매달 1회 꼴로 열어,
소상공인진흥공단 세종센터 개소, 기업지원과 신설 기여
내년도 지역화폐 성공 운영 최우선 과제
"누군가 해야 할 일, 최선 다할 뿐"
한 때 70명 직원 둔 통신설비업체 대표 지내기도

한기정(54) 회장과 부인 김미희(46)씨가 가게 안에서 포즈를 취했다.   

“‘소상공인이 웃어야 대한민국이 웃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종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지역 소상공인 상황이 절박합니다. 지난 4월 창립 이후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일을 해낸 것도 역설적으로 골목경제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단법인 세종시소상공인협회 한기정(54) 회장은 지난 8개월 동안 생업보다 협회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한 회장은 도넛 가게를 함께 운영하는 아내로부터 원망 섞인 하소연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세종시소상공인협회는 창립 이후 세종시에 소상공인 지원 담당 부서 설치를 건의해 기존 경제정책과에서 기업지원과의 분리 신설을 이끌어 냈다. 소상공인진흥공단 세종센터 개소에도 힘을 보탰다.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세종시 지역화폐(여민전) 도입에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냈다.

“제 성격상 일을 맡으면 확실하게 하려고 합니다. 아내가 ‘왜 개인 돈 써가며 당신이 나서냐’고 타박하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이고 또 제대로 잘해야 하는 일 아닙니까? 개인적으로는 공적인 단체 일을 처음 맡아보기 때문에 책임감도 큽니다”

한 회장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경기도 일산에서 70여 명의 직원을 둔 통신설비업체 대표였다. 2년 전에 한솔동에서 맥주집을 운영하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가게문을 닫은 아픔도 겪었다. 한 회장으로부터 세종시 소상공인협회와 지역경제 상황을 들어봤다.

- 세종시소상공인협회를 소개해 주시죠

지난해부터 모임을 준비해 올해 4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정식 법인 인가를 받았습니다. 골목상권, 전통시장, 전문상가 등 소위 동네 경제를 살려보자고 뜻을 모은 겁니다. 협회는 소상공인의 권익향상과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유통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과 지역상생 발전을 목적으로 합니다. 현재 회원 수는 1천 여명 정도로 회비도 없고 가입과 탈퇴도 자유롭습니다. 사무국을 중심으로 사회환원분과위원회, 미래사업추진위원회, 대외협력위원회, 홍보소통분과위를 두고 있습니다.

- 올 한해 협회 운영 성과는 무엇인가요?

지난 6월 창립 기념식을 열면서 지역화폐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세종시와 더불어민주당, 청와대 자영업비서관 등과도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그동안 총 8회 정도 간담회와 토론회를 연 것 같습니다. 세종시에 소상공인 지원부서 설치를 건의해 기업지원과 분리 신설을 이끌어 냈습니다. 세종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세종센터도 문을 열고, 충남보증재단 유치, 하나은행 소상공인드림센터 개설도 이뤄졌습니다. 무엇보다 지역화폐인 ‘여민전’ 발행을 내년부터 도입할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준비했습니다.

- 지역화폐를 소개를 해주시죠.

세종지역화폐를 ‘여민전’이라고 명칭을 붙였는데 내년 3월 발행 예정입니다. 가맹점 모집이 따로 필요없는 전자카드와 모바일형태로 발행되고, 6%~10% 할인 받을 수 있습니다. 출산장려금과 복지포인트 등 정책자금으로 48억원, 일반발행 22억원 등 총 70억원 규모입니다. 세종지역 이외로 유출되는 소비를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으로 유도함으로써 자영업자의 실질적인 매출 증가에 도움을 줄 거라 기대합니다. 전국적으로도 효과가 입증됐습니다. 2016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의 역외 소비율이 전국 평균 45.5%를 훨씬 뛰어넘는 65.9%에 이릅니다.

- 지역화폐 도입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세종시청을 비롯해 관계 공무원들에게 지역화폐 개념과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우선 자비로 인천시, 군산시, 시흥시, 대전 대덕구 등 전국 10개 지방자치단체를 방문해 현장을 확인했고, 일부 지역에는 시의원, 공무원, 교육청 관계자들과 함께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 세종시와 시민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희가 판단할 때 세종시는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지역화폐 발행규모나 발행범위, 발행방법이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철저한 분석과 계획 없이 지역화폐가 발행되는 것을 바라지 않지만 너무 소극적인 자세 역시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지역 상가 공실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원인과 해법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상가 공급은 우선 행복청 책임이 큽니다. 뒤늦게 공급조절을 하겠다고 하지만 공급 시기도 중요합니다. 공공기관 입주는 예정대로 진행하지 않으면서 상가 건축은 허가날짜를 지켜야 한다는 식으로 압박합니다. 스타트업 활성화나 청년창업 지원도 공실율 감소와 골목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지역 소상공인들이 직접적으로 겪는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임대료나 인력수급 등 모두 어렵지만 막상 영업을 시작하면 공통적으로 배달문제가 크게 와 닿는다고 합니다. 각 업소에서 배달을 대부분 대행업체에 의뢰합니다. 그런데 주문처를 골라가면서 배달 접수하는 사례가 많아 어려움이 크다고 합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황인데 의외로 이런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소상공인들이 많습니다. 이것도 세종시만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겠죠.

- 세종시에서 소상공인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정보통신 관련 대기업에서 오래 근무했습니다. 해외 근무경력도 6년 정도 됩니다. 퇴사해 경기도 일산에서 통신설비업체를 차려 70명의 직원을 둔 적도 있습니다. 2016년에 집사람이 먼저 세종시에 와서 도넛가게를 냈고, 1년 정도 주말부부로 지냈습니다. 저는 2017년에 합류해 한솔동에서 맥주집을 차렸다가 2년도 안돼 문 닫았습니다. 소규모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 협회와 가게 일 모두 만만치 않을 텐데요?

가게는 거의 집사람이 도맡다시피합니다. 직원을 한 명 두고 있지만 제가 매일 바깥으로만 돌아다니니 엄청 미안하죠. 그래도 누군가 목소리를 내고 앞장서야 하는 일이 있으니까 책임감 있게 하려고 합니다. 협회일 뿐만 아니라 세종시 지역화폐 TF팀장과 소상공인 지원특별위원회 위원장, 고운동사회보장협의체 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 내년 협회 운영계획과 개인 소망은 무엇입니까?

지역화폐 운영활성화가 첫 번째 과제입니다. 시민들께서 지역화폐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골목경제 살아나고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도록 세심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온라인 판매플랫폼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이 웃어야 대한민국이 웃는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소상공인여 힘내라 새로운 세종시 2020’ 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년에 정말 힘내서 웃을 수 있는 세종시 소상공인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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