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와 잇몸이 건강한 사람에겐 특별한 뭔가가 있다

패밀리치과 원장 정길용

가끔 치아관리를 특별히 잘하는 분들을 진료할 때가 있습니다. 치아가 튼튼하고 충치도 거의 없으면서 잇몸까지 선홍빛으로 매우 건강한 상태이기 때문에 치과에 오셔도 특별히 해드릴 게 없습니다. 그럼에도 치과를 정기적으로 꼬박꼬박 잘 챙겨서 오십니다. 지금처럼만 잘 관리하시면 된다는 딱 한 마디가 치료의 전부가 됩니다. 반대로 정기검진 전화를 해도 통화가 잘 안되고, 통화가 되더라도 나중에 시간되면 알아서 갈 테니 전화 안해도 된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런 분들이 치과에 오시면 제가 해 드릴 게 많아집니다.

위의 두 경우를 보면 확실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선 태생적으로 잇몸뼈와 치아가 튼튼한 분이거나 약한 분들은 제외하겠습니다. 전자는 아무리 이를 닦지 않아도 치 아가 잘 썩지 않고 치주질환도 잘 생기지 않습니다. 반대로 후 자는 열심히 관리해도 치과에 갈 때마다 충치가 계속해서 발견되고, 잇몸이 주저앉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이런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앞부분에서 언급한 두 분 사이에서 발견된 차이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칫솔질하는 시간에서 차이가 납니다.

3.3.3.법칙에 대해서는 귀가 닳도록 들으셨죠? 하지만 3.3.3.법칙대로 치아 리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하루에 세 번 꼬박꼬박 챙겨서 닦는 것도 힘든데, 3분을 닦으라니 말입니다. 하지 만 잇몸이 건강한 분들은 칫솔질하는 시간이 3분 이상입니다. 청소를 할 때 빗자루질을 하게 되는데, 먼지가 많으면 같은 곳 을 여러 번 빗자루질을 해야 하는 원리와 동일합니다.

둘째, 칫솔질하는 장소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칫솔질을 어디에서 하시나요? 대개는 세면대 앞에서 거울 을 보면서 하지 않으시나요? TV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칫솔질하는 장면의 배경은 세면대 앞입니다. 이렇듯 우리들의 머 리 속과 행동 속에서 칫솔질하는 장소는 화장실의 세면대 앞이라고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처럼 나쁜 게 없습니다. 칫솔질은 정말 재미없고, 1분 정도 칫솔질을 하게 되면 치약 속 민트향으로 인해 정말 입 안이 깨끗해진 것 같은 개운한 착각이 들어서 그만 하게 됩니다. 칫솔질을 오래 하려면 내가 칫솔질에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칫솔질하면서 거실에서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봐야 합니다. 칫솔질하는 시간이 지루해서는 안됩니다.

셋째, 집에 칫솔이 얼마나 많은지도 차이가 납니다.

가장 좋은 칫솔은 어떤 칫솔일까요? 2000원짜리 오랄비 크로스액션 칫솔일까요? 200원짜리 일회용 칫솔일까요? 가격이 높은 칫솔이 칫솔모 방향과 칫솔모 끝 처리가 달라 서 저가의 칫솔보다는 좋습니다. 하지만 하루 3번 기준, 일 주일, 즉 21번 사용 후 버려야 한다면 어떨까요? 가격이 높은 칫솔은 1주일보다 좀 더 사용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칫솔 교체주기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칫솔의 생명은 미 세모나 보통모의 차이보다 모의 탄력이 어느 정도 유지되느냐입니다. 일주일 정도 사용하면 탄력이 떨어지기 때문 에 칫솔의 세척력이 저하됩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칫솔 한 개를 버릴 수 있을 정도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칫솔을 여러 개 집에 비치해두고 계셔야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칫솔질에 과감하게 비용을 투자한다면 이 비용은 충치치료, 임플란트, 잇몸치료에 들어갈 어마어마한 비용보다 훨씬 적을 것이고, 치과에 가기 전 생기는 두 려움과 스트레스, 치과의자에 앉아있는 공포감, 치료 후 결제해야 하는 치료비용으로부터 자유로워지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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