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달 세종도시교통공사이사회 의장 인터뷰

"무료화로 노선개편, 환승불편 해소, 새로운 시장 창출 할 수 있다"
70% 예상한 대중교통 분담률 현재는 24% 불과
BRT 등급은 최하위, 마을버스 연계도 미흡
대중교통 무료화 선심성 복지 아니다
주차난과 환경피해 감소 효과
현재도 대중교통 운영비 75% 재정보조, 버스요금 수익은 25% 불과
올해 기준 150억 원만 더 투입하면 무료화 가능

임승달 세종도시교통공사 이사장은 대중교통 무료화가 세종시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빠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승달 세종도시교통공사이사회 의장은 대중교통 무료화가 세종시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빠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중교통요금 무료화 주장은 신선하다 못해 파격이다. 3주 전 이 주장을 처음 보도했을 때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어떻게 버스요금을 전부 무료로 하느냐. 포플리즘이다’, ‘엉뚱한 제안 말고 BRT와 마을버스부터 늘려라’라는 비난이 높았다. 반면에 ‘괜찮은 생각이다. 승용차 한 대 줄이겠다’, ‘무료버스 운행하는 외국도시에서 살아봤는데 효과가 좋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대중교통 무료화를 주장하는 임승달(71) 세종도시교통공사이사회 의장은 현재의 세종시 교통체계 골격을 짜는데 일조했다. 현재 세종시에 살면서 교통 불편 얘기만 나오면 미안하기도 하고 답답하다고 한다. 열 흘전 어진동 아파트 인근 카페에서 임 이사장을 만나 무료화 주장 배경을 들었다. 

임 의장은 무료화로 노선개편, 환승불편 해소, 새로운 시장 창출을 한꺼번에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을 늘리면 수요가 만들어지는 경제 논리와 같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세종시 교통이 불편한 이유를 물으니 도시가 애당초 계획대로 건설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초 계획과 다른 도시개발 진행

- 세종시 건설에 우여곡절이 많았죠?

말하면 뭐합니까? 애당초 행정수도한다고 했다가 ‘백지화다’, ‘수정안이다’하면서 논란 끝에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마무리하지 않았습니까? 기능이 그만큼 약화됐어요. 도농통합세종시로 확대돼 행정이 사실상 신도시와 구도심으로 이원화되다 보니 교통계획을 실천하는데 어려움이 많이 생겼습니다. 수정안 파동을 겪으며 용적률을 완화해 행복도시내 아파트 고밀화로 교통 수요를 더 발생시켰습니다.

- 세종시 교통체계 이상과 현실 괴리가 어느 정도인가요?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를 중심으로 말씀드리면 도시개념과 구조는 ‘효율’이나 ‘집중’보다는 ‘평등’과 ‘분산’입니다. 도심을 녹지로 비운 환상(環狀)형 도시형태입니다. 일종의 고리모양이지요. 기존 자동차 중심의 도시개발 형태를 탈피해 대중교통 중심으로 승용차 분담율을 30% 이하로 계획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2019년 현재 승용차가 61.6%에 이릅니다. 대중교통은 24.4%에 불과합니다. 도보는 10.6%, 자전거 1.6%입니다. 차량 중심이 아닌 보행자 중심으로 차량통행과 속도를 규제해 놓은 상태에서는 차량 이용자들에게 아주 불편한 도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행자 중심도시로 차량 이용자 불편

- 행복도시 대중교통 주요 계획은 무엇인가요?

도시 내 어디서든 시민들이 20분 내 접근가능하도록 원형의 BRT 대중교통체계를 구축했습니다. BRT 정류장을 중심으로 생활권을 조성하고 복컴이나 학교, 상가를 배치해 대부분의 활동이 각 생활권 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역세권 중심개발(TOD: Transit oriented development)을 했지요. BRT 정류장과 원거리(400m 이상)로 떨어진 마을에는 BRT연계 마을버스를 운영하도록 했고요. 정류장은 500~600m 간격으로 설치해 시민의 대중교통 접근성과 이용 편의를 높였습니다. 도로망은 4차선 이하의 중로, 소로 중심(66.7%)으로 계획하고 과속 방지턱, 속도제한 등 각종 교통정온화(Traffic calming)기법을 통해 차량 운행과 속도를 최대한 억제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70% 이상으로 하고 개인교통수단은 30% 이하로 억제하는 게 목표였죠.

- 현실이 왜 이렇게 됐죠?

지난해 세종시 사회지표조사를 했는데 세종시 시내버스이용자만족도는 39.3%에 불과했어요, 불만족 이유 중 배차 간격이 길어서가 76.1%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정류장까지 멀어서는 7.3%였습니다.

버스노선의 경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수요가 있는 동네를 찾아 이리저리 우회해서 다니기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해 합니다. 더구나 민간 운수업체와 교통공사가 노선을 나눠 운영해 노선 합리화가 매우 어렵습니다. 노선권 소송도 벌어집니다.

한 가지 예로 대전 반석역과 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까지 10km 거리의 단 한 개 도로에 몇 개 노선버스들이 개별적으로 다 다니고 있습니다. 그 노선을 왕복셔틀로 하고 버스터미널에서 환승하면 지금보다 버스 효율을 높일 수 있는데 그게 어려워요.

BRT등급 최하위, 노선 늘리고 마을버스 연계 확대해야

- BRT운행에 시민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우선 간선순환노선을 운행하지 않고 노선도 미흡합니다. BRT수준을 4등급으로 나누는데 현재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오송역, 반석역, 대전역 축이 모두 최하위 4등급(Basic)입니다. 당초 계획한 대로 BRT정류장과 아파트 단지를 연결하는 커뮤니티 셔틀버스 운행이 필요합니다. BRT 차체도 현재보다 더 크고 현대식 차량이 있습니다. 그걸 사용해야 해요.

- 무료화는 어떤 형식입니까?

버스 대중교통 전체 무료화가 원안이고요, 다음으로 어르신과 교통약자, 어린이 등으로 한정할 수도 있습니다. 또, 도심지나 농어촌벽지로 대상지를 지정할 수도 있고요.

- 공짜 복지정책이라는 비판이 큽니다.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 ‘수혜자부담원칙’과 ‘재정 건전성’입니다. 먼저, 대중교통은 이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재가 아니라 오히려 교통기본권으로서 이동권과 맞닿아 있는 필수재입니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헌법에 교통기본권이 보장돼 있습니다. 의식주와 함께 이동권은 국민의 기본 원리는 인식입니다.

우리나라도 장애인과 벽지에 사는 교통약자에 대해서는 이동권을 국가 법률로 보장해 무료화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운영에서도 운수업체의 운영적자를 보전해 주는 준공영제를 시행함으로써 수혜자 부담원칙은 완전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대중교통 무료화로 자가용 이용이 감소하면 교통혼잡비용 절감과 에너지나 대기오염 문제 해소와 같은 환경 편익도 분명 있습니다. 주차장 건설과 도로 확충비용도 줄여 사회경제적 편익도 높습니다. 재정부담을 가중하는 퍼주기식 선심 복지가 아니라 경제적 타당성이 높은 정책으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현재 운영비의 25% 정도 더 지원하면 무료화 가능

- 무료화에 따른 비용은 얼마나 됩니까?

2018년 현재 세종시 대중교통 총 운영비용은 연간 약 579억 원입니다. 이중 요금 수입은 전체의 1/4수준인 약 150억 원입니다. 나머지 75%인 429억 원을 세종시에서 재정보조금으로 지원해 줍니다. 이 사실을 아는 시민은 별로 없을 겁니다. 현재 운영비 중 약 25% 정도를 시가 더 부담하면 시민들이 원하는 대중교통체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150억원은 올해 세종시 예산규모 1조 6천 억원의 1%도 안 됩니다. 1생활권 승용차 환승 주차장 건설비가 220억원이 넘습니다. 세종시 2019년 무상급식비가 91개교에 480억 원입니다. 시의 의지만 있으면 재정적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봅니다.

- 구체적으로 이익이 무엇일까요?

대중교통 이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교통혼잡을 덜 수 있고, 에너지도 절감되고 특히 미세먼지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자가용 이용이 감소하면 당연히 승용차를 매각할 테니 주차문제니 주차장 건설문제도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동성이 향상돼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사람 중심, 보행중심도시 모습을 볼 수 있겠지요.

현재와 같이 단순히 수요 지향적인 점진적인 개선으로는 대중교통서비스를 획기적으로 바꾸는게 어렵습니다. 불법주차 단속과 주차장 요금 인상, 자가용 이용 억제책도 병행해야 합니다.

- 외국 도시 사례가 많습니까?

2018년 현재 세계적으로 약 200개 도시에서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노인이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무료화부터 시간대별, 또는 지역별 등 다양한 형태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에스토니아의 수도인 탈리시의 경우 2013년부터 무료화를 추진했는데 도입 직전인 2012년 탈린시 대중교통 운영예산의 약 67%를 시가 지원했음에도 서비스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민 투표를 거쳐 2013년부터 버스와 트램 60개 노선을 완전 무료화했습니다.

이로 인해 매년 평균 1200만 유로(한화 158억원)정도 재정이 더 들어갔지만 외부에서 유입된 인구가 3만여 명에 달해 이들로부터 3000만 유로 주민세가 새로 징수되면서 재정적으로도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대중교통 분담률이 68%로 높아진 반면 자가용 이용자는 9%대로 감소하고, 자가용 승용차 등록도 2013년 이후 현재까지 높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프랑스 샤토루나 룩셈부루크에서도 무료로 대중교통을 운행하고 독일 몬하임의 경우 2020년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물론 실패사례도 있습니다. 1996년부터 벨기에 헤셀이 무상요금을 실시해 대중교통 이용승객이 800~900%가량 급증해 유럽의 무료대중교통 정책을 전파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매년 180만 유로 이상으로 재정부담이 늘자 2013년부터는 19세 미만과 60세 이상만 무료로 하고, 나머지 연령층은 적은 비용(약 890원)을 징수하는 것으로 제도를 바꿨습니다.

- 무료화는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 수 있나요?

무료화정책 비용과 효과분석을 통한 타당성 검토를 먼저 해야 합니다. 그 다음 무료화정책과 획기적인 대중교통서비스 개선책을 마련해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찬성이 많으면 그대로 시행하면 됩니다. 현재의 교통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도시발전에 큰 장애를 일으킵니다. 불편과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갑니다. 다른 어느 도시보다 세종시가 무료화를 시행하기에 조건도 좋고 필요성도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승달 의장은 충남 서산 출신으로 강릉대학교와 한국농수산대학 총장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신행정수도 건설추진기획단 교통분과자문위원장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회 광역교통계획TF팀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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