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초등학교 괴한 침입 소식에 놀란 학부모들
54대 CCTV 외부 침입흔적 없어
'사건 전모 빨리 밝혀져야' 의견 분분
수사보다는 깊은 대화와 상담 필요 지적
위로와 격려의 성숙한 시민의식 당부도

지난 15일  점심시간에 괴한이 침입해 학생에게 상해를 입혔다고 알려진 세종시 한 초등학교.  17일 오후 학교장은 외부인의 무단침입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수백 명 학생 식사시간 학교 침입 괴한 소식에 놀란 학부모들   

지난 15일 낮 세종시 모 초등학교에 괴한이 침입, 학생에게 상해를 입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오후 내내 세종시가 발칵 뒤집혔다.

수백 명의 학생이 점심 식사 중인 대낮에 괴한이 아무런 제지 없이 학교 복도에까지 들어와 6학년 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뉴스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와 인근 학원으로 아이를 데리러 오고, 학교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이날 하루 내내 지역 인터넷카페, 학부모밴드 등 SNS상에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란 학부모들의 댓글이 수십 개씩 달렸다.

‘대낮에 눈에 띄는 복장을 한 외부인이 학교 교실 앞까지 무단침입할 수 있느냐’, ‘수백 명이 움직이는 학교 건물 안에서 목격자가 왜 한 명도 없냐’는 질타와 의문이 이어졌다.

사건 발생 이튿날인 16일 아침 8시. 기자는 해당 학교를 방문했다.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교사와 학교 지킴이 등 20여 명이 정문과 건물 현관 입구에서 학생들의 등교를 돕고 있었다. 학부모와 함께 등교하는 학생 수도 적지 않았다.

학생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밝은 표정으로 친구와 장난치며 교문 안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정문에 선 선생님들에게 인사한 뒤 교실로 향했다.

'범인 빨리 잡혀야', '아이들 해프닝', '사전 전모 밝혀야' 의견 분분

귀가하는 몇몇 학부모들에게 어제 일을 물었다. ‘놀랍고 불안했다. 범인이 빨리 잡혀야 하는데 걱정이다’, ‘일종의 해프닝일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사건 전모가 밝혀져 안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마디씩 했다.

낮 12시 20분. 기자는 다시 학교를 찾았다. 정문에서 방문일지를 작성한 뒤, 지킴이 일을 하는 분의 안내를 받아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2층 식당은 수백 명의 아이 목소리로 시끌벅적거렸다. 11시 40분부터 점심 식사를 시작한 1,2,3학년 학생들은 이미 교실로 돌아갔거나 운동장으로 나갔다. 12시 반부터 4학년 이상 학생들의 배식이 시작됐다. 한눈에 봐도 200여 명은 족히 넘었다. 이 학교 전체 학생 수는 800명에 이른다.

어제 사건 발생시간과 비슷한 12시 40분경. 2층 식당에서 옆 건물로 이어진 통로를 따라 5층 건물로 이동해 2층에서 6학년 교실이 있는 5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사건이 일어났다는 계단과 각 층 복도를 자세히 살폈다. 각 층 교실 복도 중앙과 구석 천정에 설치된 CCTV카메라가 눈에 띄었다. 계단에는 카메라가 없다. 하지만 계단 아래로 내려가든지, 위로 오르든지 계단 끝에 서면 바로 카메라에 노출된다. 이런 카메라가 학교 건물 내외에 54대 설치돼 있다. 1층 현관 출입문에는 지문인식기도 달려 있다.

54대 CCTV에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은 학교와 경찰에 괴한이 검은 티를 입고, 파란 모자와 검은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진술했다. 눈과 머리 색깔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경찰이 현장에서 확인한 녹화영상에는 학생이 밝힌 인상착의의 괴한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학교 안에는 작업이나 택배 배송을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온 방문자도 없었다. 현재까지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고를 담임교사에게 신고한 아이는 피해 학생이 아닌 같은 학급 친구들이었다고 한다. 친구들이 교실에서 피해 학생의 상처 난 팔을 보고 식사 중인 담임에게 알렸다. 담임은 교감에게 보고하고 학생을 보건실로 데려가 먼저 상처를 치료받도록 했다. 교장 지시를 받은 교감이 인근 경찰 지구대에 신고한 뒤 학교 지킴이와 직원들에게 학교 주변을 점검하도록 했다. 수업을 중단하고 아이들을 긴급히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달랐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귀가했다.

사건 당일 오후 학교 측이 학부모에게 보낸 안내 문자메시지가 SNS와 언론에 전달되면서 학교 상황이 급속히 전파됐다. 온갖 험악한 이야기들이 SNS를 통해 퍼져 나갔다. ‘외국인 3명이 침입해 학생에게 상해를 입혔다’, ‘여장을 하고 들어와 학생을 찔렀다더라’, ‘기다리고 있다가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참다못한 이 학교 학부모회장이 오후 늦게 학부모 모임 밴드에 글을 올려 자제를 당부하고 나서야 진정 기미를 보였다.

만약 외부 침입이 없다면 내부자 소행일 수 있다. 학교폭력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교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었다. 학교 측은 해당 학생이나 담임도 이 부분에서 의심 살만한 어떤 언급도 없었다고 전했다. 웬만한 학교 이야기는 다 전파되는 학부모밴드에도 이날 이전까지 학폭얘기는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육체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 더 클 수도

16일 학교와 교육청, 경찰 어느 쪽도 속 시원한 결론을 내주지 못했다. 수사 중이거나, 수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교육청은 사건 당시 학교 보안시스템이 정상 가동됐고, 학교 측의 위기대응 절차는 적절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놨다.

다시 하루가 지난 17일 오전. 내용을 알만한 여러 곳에 전화를 걸었다. 역시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대신 학부모이면서 현직 교사의 말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아이가 클 때 이런저런 일 많이 겪죠. 저의 집 아이도 자주 실수하고 잘못도 저지릅니다. 제가 더 속상하고 상처받기도 합니다. 달래도 보고 혼내기도 하지만 결국 용서하고 안아 줍니다. 저도 그렇게 컸을 테니까요“

어떤 이는 수사보다 더 긴밀한 대화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그 학생은 오른팔 상처보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내면의 상처에 더 아파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이날 오후 늦게 학교 측은 '외부인의 무단침입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안내 문자를 학부모들에게 발송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유명한 교육계 금언이 있다. 지금 어쩌면 한 아이를 위해 온 세종시민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절실할 수도 있다. 한 아이를 위해 온 마을의 인내와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한 시간이다. 

어떤 누구에게도 어떤 형태로든 더 이상의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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