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마음으로 만든 음식이 더 맛있어요"

차윤호 보람유치원 영양사
차윤호 보람유치원 영양사

“제가 아이들을 좋아해요. 먹는 모습만 봐도 귀엽죠. 식사시간에 아이들과 자주 얘기도 해요. 편식하는 아이에게 슬쩍 다가가 ‘이것도 맛있으니까 한번 먹어봐’하고 관심을 보여주죠. 180명 아이들 이름을 대부분 기억하고 식성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요”

보람유치원(원장 전선희) 차윤호(33)영양사는 세종시 58개 유치원 중 유일한 청일점(靑一點) 영영사다. 2년 전 유치원으로 발령나자 ‘남자가?’라며 반신반의했던 학부모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엄지척’을 들어줄 정도다.

“같은 반찬이라도 3세 아이와 5세 아이가 먹는 방법이 달라요. 등갈비 경우 3세 아이들에게는 살점을 발라 먹기 좋게 잘라서 줍니다. 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음식을 남기면 한번 더 돌아봐요. 그러면 몸에 열이 있거나 기분이 안 좋은 상태인 걸 금방 알 수 있어요”

지금의 차 영양사가 있기까지 어머니 영향이 컸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대 다녀온 뒤 영양교사인 어머니 권유로 과감히 전과(轉科)했다.

“제가 진로를 확신하지 못하고 복학 준비 중이었는데 어머니가 제 고민을 듣고 식품영양학을 공부해 영양사로 일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셨어요.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일하시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큰 거부감이 없었고, 적성이 아니다 싶으면 다시 돌아오자는 생각이었어요.”

30여 명의 식품영양학과 동기중 남자는 단 두 명뿐이었다. 의외로 학과 생활이 맞는 것 같았다. 다른 생각을 모두 접었다. 영영사 시험에 합격하고 졸업과 동시에 세종국제고 영양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6년 전 일이다. 어머니가 직장 선배로서 조언을 많이 해줬다. 덕분에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1년 8개월 근무 후 양지유치원으로 옮겼다. 학교를 떠날 때 학생들이 손편지와 자신들이 아껴 먹던 과자를 선물로 전해줘 울컥했다. 열심히 일한 보람을 아이들이 먼저 느끼게 해줬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일에 자부심과 책임감 강해

“식단 발주 시스템이 잘돼 있어요. 시청 로컬푸드과와 전산으로 연계돼 지역 친환경농산물 위주로 주문을 넣어요. 저희뿐만 아니라 세종시 모든 유치원 위생 관리는 정말 철저해요. 첫째 둘째 셋째도 위생이죠. 맛과 영양은 그 다음 일입니다. 아직까지 식중독 사고가 없었다고 들었어요. 새 건물에 새 장비에 정말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식단은 영양과 칼로리도 계산하고, 아이들 반응까지 체크해서 짠다. 매일 매일 아이들에게 제공된 식단 실물을 사진 찍어 ‘학교종이’라는 앱에 올린다. 부모들은 실시간으로 아이가 먹는 음식을 집에서나 직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선희 보람유치원 원장과 차 영양사
전선희 보람유치원 원장과 차 영양사

차 영양사는 음식 만드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가 재료나 레시피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그게 별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을 갖게 됐어요. 밥 짓고 반찬 만드는 일을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하면 확실히 더 맛있어요. 아이들도 알아요. 그런 점에서 저희 조리사님과 실무자님들이 정말 잘하세요. 사실 음식은 그 분들이 다하시잖아요.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물었다. “자장면을 엄청 좋아해요. 한 달에 두 번 정도 제공하는데 MSG를 전혀 쓰지 않고 춘장과 약간의 설탕으로만 맛을 내 일반 중국집 자장면보다 맛이 좀 심심하기는 해요”

전선희 원장은 차 영양사 자랑에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학부모님들이 칭찬을 더 많이 하세요. 식단도 잘 맞춰주고 아이들 개인 식성까지 세심하게 잘 챙겨 준다고 해요. 무엇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자기 일에 자부심과 책임감이 강해요. 동료 직원들과 대화도 자주하고 잘 어울리죠. 어떤 식단을 내놔도 우리 다 만족해요. 정말이라니까요”

그는 현재 공주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오는 8월 졸업 예정이다. 어머니처럼 영양교사가 되는 게 1차 목표다. 결혼하고픈 속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여자 친구요? 동기들은 있지만 결혼까지 생각한 사람은 아직 없어요. 지난 설 명절 때 부모님이 압력을 크게 주시더라고요. 제 직업을 이해하고 아이 좋아하는 마음씨 좋은 인연을 만나면 좋겠어요.”

김경산 기자 magazine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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