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미 우리어르신돌봄재활센터장의 신(新) 효도론
노인복지시설 ‘우리어르신돌봄재활센터’ 지난 21일 개소
‘바디스파이더’ , ‘스파욕조’ 등 최신 설비로 노인복지서비스 수준 높여

우리어르신 돌봄재활센터 권정미(52)센터장. 8년간 외국 생활에서 선진노인복지 시스템을 경험한 뒤 국내에 돌아와 늦깎이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효도의 개념이 바뀌고 있어요. 예전에는 자식들이 집에 부모님을 모시기만 해도 큰 효도였지요. 요즘은 바깥 활동이나  이웃, 친구들과 대화 나눌 기회를 많이 드려야 정말로 효도하는 거예요. 특히, 심신이 쇠약해지신 어르신들을 집에서 보살피는 것보다 노인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큰 효도입니다”

권정미(52) 우리어르신돌봄재활센터장의 신(新)효도론이다.

'우리어르신돌봄재활센터'내 최신 장비 중 하나인  '바디스파이더'. 전신순환근력운동기구로 이용 효과와 만족도가 높다.  

‘우리어르신돌봄재활센터’는 지난 8월21일 보람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맞은편 금남프라자 5층에 문을 열었다. 세종시내 9번째 주간보호센터로 연면적 200여평, 수용 인원은 일반실 56명, 치매전담실 12명 등 총 68명이다. 민간시설로는 세종시 두 번째 큰 규모다. 직원은 센터장을 포함해 모두 8명이 근무한다.

센터는 세종우리협동조합(이사장 김승웅)이 기존에 운영하던 재가복지사업을 확장, 발전시킨 첫 결실이다. 신도시의 급속한 인구유입과 노령인구 증가로 노인복지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세종시 인구 중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약 3만 여명으로 추산된다.

전신순환근력운동기구 '바디스파이더' 등 최신 설비 갖춰

가장 최근에 문을 연 센터답게 다른 시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최신 설비들이 눈에 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바디스파이더(Body Spider)’라는 전신순환근력운동기구. 마치 거미 모습처럼 생겼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1대당 4000만원에 이르는 독일산 고가 장비다. 최대 24명이 한꺼번에 운동할 수 있는 기구로 국내 종합병원이나 대형노인시설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팔을 올릴 수 없다. 다리 관절이 안 좋다’ 하시지만 실제 눈으로 얼마나 불편한지 확인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이 기구를 사용하면 실제로 내 팔이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 눈에 보여요. 자신의 몸 상태를 보면서 운동을 하니까 더 집중하고 그만큼 효과도 좋지요. 저희 직원들도 한 번씩 이용해 보고 효과에 다들 깜짝 놀랐어요”

세종시 노인복지시설 중 최초로 설치한  '스파욕조'(사진 왼쪽)와 청력약화 예방을 위한 '청력진단부스'(사진 오른쪽)  

세종 노인복지시설에서는 처음 설치했다는 ‘스파욕조’도 빼놓을 수 없다. 보통 재활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나 휴양지에서 비싼 이용료를 내고 사용하는 장비라고 한다. 권 센터장은 전신 마사지 효과가 높아 인기를 모을거라고 귀뜸했다. 한 차례 이용시간은 약 15분 정도로 1주에 한 번씩은 어르신들이 이용 서비스를 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청력 약화 예방을 위한 ‘청력진단부스’와 늘 깨끗한 머리 손질을 위한 전용 미용실도 설치했다. 수 십년 경력의 전담 미용사가 어르신들의 말벗 역할도 한다. 

일일 프로그램운영도 세심하게 준비했다. 어르신들은 아침에 센터 입소와 함께 혈압과 혈당 등 간단한 건강체크를 받은 뒤 체조로 몸의 유연성을 키운다. 이어 언어나 수리, 신문 공부를 한 후 점심 식사 시간을 갖는다. 휴식 시간에 이어 오후 2시부터 ‘물리치료’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건식족욕과 전신순환근력운동, 핫팩, 공기압마사지, 청력재활, 스파마사지 순으로 건강을 챙긴다.

이후 외부 강사를 초빙해 노래, 원예, 미술, 영화 감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한다. 오전과 오후 중간에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간식도 제공한다. 봄과 가을철에는 1주일에 한 번씩 외부 산책도 준비 중이다. 세종 인근 숲이나 공원으로 단체 나들이에 나서는 것이다.

센터내에 이미용실까지 갖췄다. 김영규 미용사가 어르신들의 머리를 전담해 관리한다. 

센터 이용자격은 65세 이상이거나 노인성 질환(치매, 뇌졸중, 고혈압, 관절염 등)이 있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들이다. 경제 능력에 따라 본인부담률이 15%, 9%, 6% 순으로 낮춰진다. 요양등급을 받지 않아도 센터의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자기 부담으로 입소해야 한다.

센터장, 사회복지학 박사로 8년 외국 생활 선진 노인복지 경험

권 센터장은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론과 실무를 겸한 복지전문가다. 남편을 따라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약 8년간 거주했다. 외국의 선진 노인시설과 노인복지시스템을 경험한 시간들이 모두 소중한 자산이다.

“노인요양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외국 노인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여생을 보내는지 눈으로 직접 보니 무척 부럽더라구요. 다들 개인 사정들이 있겠지만 나이 들어 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당연시하고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아요. 자신과 남은 가족들을 위해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국내에 돌아와 뒤늦게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몸이 편찮으신 시부모님을 수발하면서 노인주간보호센터의 순기능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어르신돌봄재활센터 실내 일부. 세종시 9번째 노인주간보호센터로 크기는 두 번째 규모다. 

“국가가 노인복지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더 이상 자녀들에게만 효심을 바탕으로 부양의무를 지워서는 안돼요. 주변을 한 번 둘러 보세요. 맞벌이부부들 많죠? 요즘 부부 사이에 역할 구분없다고 하지만 살림이나 육아와 교육까지 여성 몫이 여전히 많아요"

시부모 봉양에서 체득한 교훈이자 앞으로 자신의 미래를 염두에 둔 속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에 살면서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모시게 되면 가족 전체가 힘들고 특히 며느리나 딸의 부담이 이루 말로 할 수 없어요. 그러다 보면 가족 간의 화목이 깨지게 되는 거죠. 이게 현실이에요”

흔히 노후를 위협하는 주요한 문제로 빈곤과 질병, 고독을 꼽는다고 한다. 권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기존 부모 세대들이 자식 교육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느라 정작 본인들의 노후 준비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나이들어 돈 없고 몸까지 아프게 되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전체가 큰 곤경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보람동복컴 맞은편 금남프라자 5층에 문을 연 센터 전경

권 센터장은 현장에서 얻은 사례와 대안을 연구해 세종시와 관련 부처에 정책 제안하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노인복지에 관한 한 국가가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게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조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행복은 국가가 가족을 지키는 울타리 역할을 확실히 해 줄 때 이뤄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새로 맡은 첫 시설장으로서 예비 고객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세종시의 경우 자식들이 먼저 이주해 살다가 형편을 봐가면서 부모님을 모셔오는 경우가 많아요. 자녀분들이 부모님과 함께 세종시안의 여러 시설들을 둘러보시고 부모님에게 적합한 주간보호센터를 선택하는 것이 큰 효도라고 생각해요. 저희 센터의 자랑은요. 최신 설비는 물론이고요. 직원 한 분 한 분 모두 인성이 훌륭하고 오랜 경력에 실력도 뛰어나신 분들이라는 겁니다”

우리어르신돌봄재활센터, 세종시 호려울로 45 보람동 금남프라자 5층 044-866-9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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